이연섭 논설위원, 가나 후원아동과 만남
22시간 비행기 타고 흙길 달려 도착한 시골마을
수줍은 첫인사… 어느새 환한 미소 띠며 품에 안겨
간호사 꿈 이뤄 ‘검은 땅’ 아프리카의 수호천사 되길
‘10살 여자아이’. 가나에 가기 며칠 전까지 내가 얻은 정보의 전부다.
가슴이 설레였다. 어떤 아이일까? 아프리카에 사니 피부는 당연히 검은색일 것이고, 학교는 다닐까? 부모님은 살아 계시겠지? 형제는 몇이나 될까? 뭘 좋아할까?
그녀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면서도 두근거렸다. 가족의 수도 나이도 알지 못한 채 가늠해서 여러벌의 옷을 준비하고, 종류별로 학용품을 사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먹을거리도 샀다. 새로 산 책가방이 모자라 옷은 따로 담아야했다. 한 보따리 선물을 들고, 드디어 아프리카행에 나섰다.
비행시간만 22시간, 아프리카 서부의 가나 땅을 밟기까지는 꽤 멀었다. 그 아이를 만나러 가는 길, 2007년 콩고에서 만난 당시 8살이던 아니타가 생각났다. 월드비전을 통해 만나게 된, 첫번째 후원아동인 아니타는 처음 보는 나에게 꼭 안겨 수줍어 하면서도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아니타의 사진과 간단한 소식은, 콩고의 또 다른 결연아동 바네사와 같이 1년에 한번씩 받아보는데 해마다 밝고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
가나에서 만난 아이는 나의 세번째 후원아동이다. 그녀는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서도 자동차로 3시간은 더 가서야 만날 수 있었다. 한국 월드비전이 지역개발사업을 펼치는 판테아크와 지역의 헤망마을에 사는 그녀의 이름은 베니스 과베아. 나이는 13살이고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고 있었다.
그녀는 땅따먹기 놀이를 좋아하고, 학교에선 국어(트위(Twi) 부족의 언어)시간이 특히 재밌다고 했다. 커서는 간호사가 되고싶다고도 했다. 베니스는 처음 받아보는 한아름의 선물을 안고는 기뻐 어쩔 줄 몰라했다. 화사한 새 옷을 입고 폼을 잡아보기도 하고, 아프리카 전통 춤사위와 땅 따먹기 놀이도 보여줬다.
베니스는 14살 된 오빠와 남동생, 할머니와 함께 살고있다. 아버지는 벌목을 하다가 큰 나무에 깔려 오래전에 사망했고, 엄마는 도시로 일하러 나가 몇달에 한번 집에 들러 사실상 고아나 다름없다. 20살 된 큰 오빠 또한 일을 구하러 집을 떠났다.
60세가 넘은 할머니는 손주들을 돌보느라 힘겹게 살고있었다. 카카오ㆍ플랜틴ㆍ옥수수ㆍ바나나 농장에서 소일을 하며 근근히 아이들을 먹여 살리는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버거워 했다. 착한 베니스는 이런 할머니를 가장 많이 돕고 있다. 우물 사정이 여의치 않을때는 30분씩 걸어가 강가에서 물을 길어오기도 하고, 바나나나 옥수수밭에서 일을 거들기도 한다. 오빠는 주로 나무를 해온다.
가나의 농촌 아이들이면 누구나가 하는 일이다. 그래도 이들은 굶지 않고 학교에 갈 수 있고, 안전한 식수를 마실 수 있고, 예방접종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긴다. 이곳은 한국 월드비전이 후원하는 사업장내에 포함돼 있어 이런 혜택을 누리고 있다.
베니스와의 만남은 길지 않았지만 우린 금방 가까워졌다. 서로 하트를 그려보이고, 몇번씩이나 포옹을 했다. 떠날 때까지 손을 꼭 잡고 놓지않던 아이, 차가 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던 아이, 베니스. 언제 이 아이를 또 만나게 될까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왔다. 힘겨워도 밝고 순수한 웃음을 잃지않는 베니스가 간호사의 꿈을 이뤄 가나의 수호천사가 되도록 오랫동안 지켜주고 싶은 맘이 간절했다.
가나 판테아크와=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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