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근혜 정부 복지정책도 구조조정 필요해

“너희들이 내가 내는 세금으로 월급 받고 사는데 이렇게 성의 없이 우리를 대해야겠어? 나는 국가로부터 복지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어. 알았어?”

한 복지담당 여성 공무원에게 쏟아진 비난의 소리다. 그녀는 박봉의 월급에도 일부 금액을 기부해 그들을 돕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수혜자들이 세금과 기부금까지 부담하는 자신들에게 마치 상관처럼 이래라 저래라 소리칠 때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한다.

복지는 한 번 주었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다시 회수하는 식의 정책이 아니다. 한 번 복지혜택을 받았던 사람은 그 복지가 줄어들거나 없어진다면 극렬한 저항에 동참할 것이다. 그러니 복지란 점차적으로 폭을 넓혀가야 한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의 보편적 복지정책은 전혀 수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 마디로 요지부동이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순수한 대통령의 고뇌가 묻어나온다.

복지란 점차적으로 폭을 넓혀가야

실제로 불가능한 일에 대해서는 포기가 빠를수록 좋다. 박 대통령이 원래 추산했던 복지비가 5년간 134조8천억 원이었다. 이 예산이 다음 정부까지 이어져 밑 빠진 독으로 들어가게 된다.

복지공약에서 기초연금의 경우 애초 후퇴하긴 했지만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합의한 바에 의하면 기초연금 재원은 전액 조세(租稅)로 결정된다고 한다. 이 방안대로라면 2017년까지 매년 8조5천500억 원의 세금이 들어가야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각한 추세로 확대되면서 기초연금에 드는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사실도 간과되는 듯하다.

게다가 지방공약에 필요한 재원도 124조원이라고 한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저(低)부담, 고(高)복지’를 원하고 있다. 복지 선진국인 북유럽의 세율은 무려 50%에 이른다. 그리고 많이 낸 사람이 철저하게 많은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세율은 평균 27%에 불과하다.

세금을 높이지 않고 어떻게 북유럽 수준의 복지혜택을 기대할 수 있을까. 증세가 없이는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어렵다. 대통령은 과거의 증세 계획과 현재의 복지확대와의 괴리감을 해소하기 위해 복지공약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말을 솔직하게 피력해야 한다.

한 번 뱉은 말을 주워 담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가려는 대통령의 강인함과 신뢰성이 한층 돋보인다. 하지만 중산층 이상의 증세(增稅)와 서민층의 감세(減稅)가 계층간 분열을 조장한다고는 생각되지는 않는가. 없는 자는 가진 자를 비난하며 자신들의 권리만을 챙치고, 가진 자는 없는 자를 고마워 할 줄 모르는 무뢰한이라고 여길 것이다.

사실 그렇다. 수혜자들은 어렵게 살면서도 공여자들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만큼 기득권을 가진 자들에 대한 증오로 점철돼 왔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세금을 많이 내든 적게 내든 모두가 같은 국민으로서 사랑으로 위로해 주고, 고마워하는 사회가 오리라 믿는다.

일보 후퇴는 백보 전진을 위한 전략

현재 정부와 청와대에는 약속과 신조를 반드시 지키는 대통령이라지만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복지정책 만큼은 조금 수정하는 편이 낫겠다는 입빠른 말을 할 사람이 없다. 경제부총리, 경제수석도 말을 못하겠다면, 복지정책 흐름을 기획예산 차원에서 분석해 현명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정보기관에서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한다.

세금폭탄과 같은 증세 없이는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공약사항이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향후 국민들이 질 좋은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발 후퇴해야 할 시점이다. 일보 후퇴는 백보 전진을 위한 전략 아니던가.

진종구 서정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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