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세상에 전철에서 민원상담도 하고 일자리도 찾아주고 인터넷도 하네요!”
경기도가 운영하는 1호선 내 민원전철에 탑승한 승객들이 외치는 목소리다. 한마디로 수년간 전철을 타봤지만 이런 전철은 처음이라며 신기하고 놀랍단다. 가령, 남편은 뇌출혈로 쓰러지고 장애가 있는 딸을 둔 A라는 여성이 있다고 치자. A는 돈 문제와 환자 수발로 심한 우울증을 앓다가 우연히 탑승한 민원전철에서 경기도무한돌봄 지원대상자임을 알게 되고 또 딸은 장애수당 3만원을 매달 지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면 A가 느끼는 만족도는 “경기도 최고”가 아닐까? 민원전철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가 바로 이것이다.
2010년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시작한 민원전철은 민원실의 개념을 ‘Sitting’에서 ‘Moving’이란 이미지로 탈바꿈하면서 민원처리의 새 지평선을 열었고 행정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3년여 동안 생활불편사항 등 9만여건을 상담했고 1일 평균으론 100여건에 이른다. 그 외 응급환자 신속한 안정조치, 전철에 비치된 태블릿 PC, 노트북, 휴대폰 충전기, 도서이용 건수 등을 포함한다면 그 수치는 몇 배 이상이다.
이런 이유로 특허청에 업무포장 등록이 되고 지방자치경영대전에서는 대통령상 수상과 ISO에 인증되는 등 그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 지하철 이용객수는 연간 22억명에 달한다고 한다. 지하철이 버스에 이어 국민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증거다.
하지만 전철은 단순히 승객을 태워주고 내려주는 기능만 해 왔을 뿐 탑승한 승객들이 잠시라도 즐거움을 느낄 만한 내부 인테리어 등의 시각적 효과가 전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전철이용도 하나의 여행이 될 수 있는데 말이다. 이것이 일반전철과 구분되는 가장 중요한 비교우위 요소다.
3년차를 맞는 민원전철은 고비용 전시행정이란 지적속에 전철 내 좌석축소로 소수의 불만이 표출되고 공무원간에도 찬반양론이 분분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8월에 실시한 탑승객 대상의 설문조사에는 여전히 민원전철은 필요하고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그 외 영국의 BBC나 일본 NHK, 국내 TV 등에도 민원전철에 대한 특징과 운영실태가 보도되어 경기도의 좋은 사례로 국내·외로 많이 소개되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지방정부의 존재목적이 구성원의 행복과 번영이란 시각에서 볼 때 지방정부 특수시책이 경제성 논리로만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 현 정부가 복지정책에 사활을 걸고 매진하듯 지방정부 역시 차별화된 모습으로 재정여건 등 범위 내 복지환경을 조성하고 다양한 시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우수 사례가 타 지방정부에 공유되고 전파되는 것도 중요하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적지않은 예산을 들여 서비스를 펼치고 브랜드를 창출하듯 지방정부도 지역실정에 맞는 다양한 시책 발굴은 필연적 추세다. 기존 전철이란 밀폐된 공간을 민원실로 개조한 경기도의 작은 변화가 승객들을 편하게 하고 만족을 준 것처럼 적어도 필자가 몸담고 있는 경기도정 만큼은 승객들이 원하고 바란다면 민원전철은 365일 계속 달려야 한다.
손님 많은 식당이 무언가 다른 것은 좋은 재료에다 양질의 서비스 때문이다. 지방정부도 소유의 개념만 다를 뿐 무한서비스 측면에서 식당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무작정 예산과 인력을 쏟아 부어 효율성을 등한시하자는 말은 아니다.
생산적 미래를 열기 위해 3년차인 경기도 민원전철은 제2의 도약이 필요하다. 그것은 도민의 아이디어와 공무원의 열정 등이 합쳐질 때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한태석 경기도 자치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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