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 아침] 한탄강

검문받지 않습니다 해빙의 바람은

강원도 철원군 민통선을 조금 지나

동면을 채 깨지 못한 강물이 흐릅니다

녹이 슨 경원선을 들풀이 사열합니다

금강산 발밑을 굽이돌던 물줄기가

철책을 외려 잊은 듯 남으로 깊어집니다

빙하기에 길을 내어

마른 적이 없습니다

이른 봄 갈증으로

덧난 평야를 바라보며

속 깊은

강의 울음을

오래도록 듣습니다

스무살 초병으로 나는 강을 보았습니다

승일교 고석정 노동당사도 보았습니다

나직이 풀리고 있는 철책은 강물입니다

 

 

 

제주도 애월 출생.

199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조집 <숨은 꽃을 찾아서> <상수리나무의 꿈> <오래된 숯가마> , 詩畵集 <마라>

도 쇠북소리>.

2000년 중앙 시조대상 신인상 수상, <역류>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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