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태어나서 초등학교에서부터 도의원이 된 지금까지 평생 평택을 벗어난 적이 없다. 만나는 분마다 ‘같이 있으면 즐겁고 나의 어려움을 함께 해줄 수 있는 따뜻한 사람’으로 각인되었다고 말씀해주실 때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사춘기 시절에 돌아가셔서 그리움이 더 사무치지만, 어머니는 늘 주변사람에게 사랑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시곤 하셨다. 그 때는 어머니가 원래 낙천적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7남매를 키우면서, 그것도 막내가 다리를 다쳐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한 번이라도 앞에서 화내시거나 눈물을 보이신 적이 없다.
잠결에 당신이 자식 대신 아프게 하고, 대신 죽게 해달라는 눈물 섞인 기도와 간간히 손 위에 떨어졌던 눈물 방울방울만 기억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새벽이면 토닥토닥 도마질 하시는 소리와 밝은 웃음소리에 어김없이 잠을 깨곤 했던 어린 시절이었다.
자식을 키워보니 이제야 장애인 아들이 자신보다 하루 먼저 죽기를 바란다는 영화 말아톤의 어머니 대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막내아들이 다리를 다쳐 자기 앞가림이나 제대로 할까 노심초사 하셨을 어머니에게 경기도를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릴 때 어머니께서 늘 하셨던 말씀이 지금도 귓가를 울린다. 다시 듣고 싶은 어머니의 자애로운 목소리. “널 믿는다.”
해외여행, 제주도 효도관광 시켜준다고 하고선 부모님을 버리고 간 자식들에 관한 기사를 접할 때마다 아무리 살기 힘들더라도 그건 아니지 싶었다. 이런 기사를 접하노라면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가 떠오른다.
이 영화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1982년에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일본판 고려장에 얽힌 영화였는데, 알려진 것과 같은 고려장이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없었고 일본에만 있던 풍습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고 한다.
먹을 것이 부족한 겨울에 아이들이 한 줌 소금에 팔려가거나 버려지고, 음식을 훔친 가족 모두를 마을에서 생매장시키는 살벌한 장면이 연출될 때마다 그럴 수밖에 없던 당시 상황에 가슴이 미어졌다.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 70세가 넘은 노인은 아들의 지게를 타고 집을 떠나 ‘나라야마’로 가야하는 비정한 현실에서 영화는 ‘오린’이라는 69세의 할머니를 클로즈업시킨다.
새 며느리를 맞아 할 일이 없어졌기도 하고, 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해 나라야먀에 가야할 만큼 쇠약해졌음을 보이기 위해 돌절구에 부딪쳐 멀쩡한 앞니 4개를 부러뜨리는 할머니. 그 장면이 너무도 생생해서 나중에 기사를 보니 여배우가 실제로 자신의 앞니를 부러뜨렸단다.
갓난아이 때 갖다 버렸어야 할 둘째아들이 여자 구경조차 못한 것이 한이 되어 친구인 옆집 할머니에게 찾아가 입에 담기 어려운 부탁까지 하고, 나라야마로 가는 험한 산길에 아들이 돌아올 때 길을 찾도록 표식을 남겨두는 끝없는 모정을 보여주는 어머니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필자는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펑펑 울었더랬다.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는 없겠지만, 해외관광, 제주도 효도관광을 빙자한 천인공노할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꼭 볼 것을 권한다.
항상 웃어주셨던 어머니 생각에 어린 마음에도 돌아가실 때 눈길 마주치는 곳마다 아프지 않은 곳 슬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어떤 놀이를 해도 어떤 친구를 만나도 그리운 어머니 생각에 한동안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그 사랑이 워낙 컸기에 지금도 어머니 생각을 할 때면 가슴 벅차다.
장호철 경기도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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