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허일병의 죽음, 국방부 "자살" VS 의문사위 "타살"
"자기 가슴을 두 번이나 쏘고 왜 그렇게 하겠습니까. 그냥 머리에 한 발을 쏘죠. 제 32년간의 경력으로는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 머리에 대고 총을 쏩니다"
12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사건 관계자들의 증언과 더불어 3D 모션 캡처 같은 최첨단 기법과 국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허원근 일병의 죽음에 대해 파헤친다.
인파가 붐비는 도심 한 가운데 갑작스런 총성이 울렸다. 도심을 공포로 몰아넣은 남자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고, 자신 앞에 있는 다른 두 사람을 향해 고함을 질러댔다. 급기야 두 사람의 손에 수갑까지 채우며 남자는 한결같이 무언가를 요구했다.
소동을 피운 남자는 당시 국방부 소속 조사관이었던 한 현역군인으로 그가 그리도 간절히 요구한 건 자신이 작성했던 문건이었다.
당시 국방부 소속 특별 조사단(이하 특조단)과 대통령 소속인 의문사 진상 규명 위원회(이하 의문사위)는 같은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군 조사관이 남몰래 보관해 놓은 문건은 무엇에 대한 기록이며 그는 왜 총까지 뽑아들며 그 기록을 지키려 했을까.
그 날은 허원근 일병이 군 입대 후 첫 휴가를 가기 하루 전 날이었다. 유서는 없었다. 그러나 허일병은 대인살상용 무기 M-16 소총의 총구를 자신의 몸에 갖다 대고 무려 3발씩이나 쏘아 자살했다고 한다. 당시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사인은 두부총상이다.
허일병의 아버지는 "모포를 벗기고 아들의 사체를 처음 봤는데, 자기 몸에다가 이렇게 세 발의 총을 쏠 수가 있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부대원들은 "총을 갖다 대가지고 당겼는데 안 죽어서 다시 머리에 대고 쐈다? M16인데? 말이 안 되는 거지. 한 방 맞으면 정신이 확 나가버리는데"라고 진술했다.
허원근 일병이 죽은 채 발견되던 날, 군부대원들의 대다수는 총성 두 발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허원근 일병의 몸에 남은 총상은 세발인데, 군부대원들은 2번의 총성을 들었고 탄피 역시 단 두 개가 발견됐다.
한 때 세발의 탄피가 모두 발견되었지만 그것은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육군 과학 수사 연구소에 의뢰된 총기 번호가 수정되거나 최초 지휘보고 시간이 조작되는 등 미심쩍은 점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껏 군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단순한 실수라고 해명해왔다. 실수라기엔 너무나 큰 문제임에도 명쾌하게 해명된 의혹은 없다.
조사에 들어간 의문사위 측은 허일병의 죽음은 타살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국방부는 자체 조사를 통해 의문사위의 타살 주장을 반박하며 허일병의 죽음은 자살이라고 못 박았다.
그리고 지난 8월 항소심 재판부는 허일병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허일병의 사인을 자살이라고 판결했다. 타살이라는 1심 재판부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었다. 29년 전, 한 병사의 의문스런 죽음은 수많은 논란을 남긴 채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허일병의 의문의 죽음에 대한 내용은 12일 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혜지기자 maeji@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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