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 서종면 서종초 정배분교, 내년 정배초로 재승격
출산율 하락과 이농에 따른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까지 몰렸던 시골학교(분교)가 교사와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본교로의 재승격을 앞두고 있다.
양평군 서종면 정배리 ‘솔배마을’에 있는 서종초등학교 정배분교의 얘기다.
양평 시내에서 37번 국도를 타고 중미산을 오른 뒤 문호천 계곡을 따라 북한강 쪽으로 내려오면 마치 동화책 속의 그림처럼 분홍색 벽돌의 2층 교사(校舍)가 자리를 잡고 있다.
교정 주위로 은행나무 수십 그루가 원을 그리며 턱을 괴고 앉아 있는 운동장에선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은구슬처럼 뒹굴고 있다. 한쪽에는 초대 안재승 교장을 기리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이 학교는 일제강점기인 지난 1935년 정배사숙학당으로 출범, 1943년 문호공립학교 부설 정배간이학교로 이어지다 해방 이후인 1948년 정배초등학교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농촌의 여느 학교처럼, 산업화과정에서 가족계획에 따른 저출산과 정든 고향을 떠나는 젊은이들로 인해 갈수록 학생 수가 줄면서 한때 전교생이 25명밖에 남지 않았다. 결국, 지난 1996년 서종초등학교 정배분교로 축소됐다.
하지만, 교사와 학부모들의 애틋한 애정과 다양한 특성화 교육이 진행되면서 현재 유치원생 16명, 초등학생 94명 등 110명으로 늘었다.
수려한 풍광과 맑은 공기로 서울 등 대도시에서 귀농이 증가한 것도 한몫을 담당했다.
특히 지난 2010년엔 학생 수가 늘어나자 주민들 사이에서 “마을의 유일한 학교인데 이래선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분교로는 학교행정이 어렵고 시설도 부족한 만큼 본교로 재승격돼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본교로 승격되면 행정과 재정 지원이 많아져 교육시설 등 혜택은 늘어나지만 학생들이 몰려와 수업참여의 다양성 감소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올해 상반기 동문회가 다시 본교 재승격을 제의, 학부모 총회를 통해 82%가 찬성하면서 합의가 이뤄졌다.
본교로 재승격되면 교장과 교감이 부임하고, 행정실 직원이 배치되며 사서·보건·특수교사가 보강된다. 행정·재정지원도 늘어난다.
도교육청은 최근 이 학교를 내년 3월 본교로 재승격시키는 내용을 담은 ‘경기도립학교 설치조례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다음 달 도의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배분교는 내년 3월 정배초등학교로 거듭 태어난다. 18년 만의 일이다.
김중기 분교장은 “자연과 함께하는 문화체험 등 주변 환경을 이용한 다양한 혁신교육과 의식 있는 교사들이 합류하면서 외지 학생들이 전학을 오고 있다”며 “앞으로 오고 싶고, 보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학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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