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다고 놀 순 없죠” 최근 만난 지역 문화기관장의 말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예외 없이 예산 때문에 난리다. 세수는 줄고 써야 할 돈은 많고, 집행부와 의회의 힘겨루기부터 난리도 이 난리가 없다. “몇년 전만해도 이렇게 팍팍하진 않았는데….”라는 말을 안 할 수가 없다.
무상급식, 보육정책이 채택되면서 공공기관들의 돈 부족 현상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무상급식ㆍ보육 정책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 타격이 문화예술계 쪽에는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돈 없어서 전시, 공연을 못 하는 현상이 벌써 현실화되고 있다.
자체 기획 공연이나 전시를 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 하지 못하는 서글픈 현실에 해당 기관들은 애간장만 태울 수밖에 없다. 시설을 빌려주는 정도의 역할이라면 지역 공공 문화기관들의 존재가치는 떨어진다.
문화계에서 돈 돈 돈 타령을 하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 봤을 땐 번듯한 도로 뚫고 무상보육과 급식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다. 그런 기준으로 봤을 때 지금 같은 분위기에선 문화쪽에 단돈 100원 주기도 아깝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공연ㆍ전시는 안 봐도 살고, 투자 안 해도 반발하는 목소리 또한 크지 않으니 조용히 넘어간다.
“그저 주면 감사하죠. 아예 죽기야 하겠어요” 하는 식의 분위기가 경기도 문화계는 만성이 된 듯하다.
홀대받는 문화계의 자조 섞인 이야기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최근 한 가지 반가운 움직임이 있다.
문화 기부금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어쩌면 상급기관에서 안주니까 문화기관 스스로 ‘궁여지책’에서 시작된 운동이 문화기부금 운동일 수 있다.
과거 문화기부금 운동은 형식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움직임 꽤 진지하고 비장함 마저 느껴진다.
최근 경기문화재단은 ‘문화이음’이라는 문화기부 캠페인을 선포했다. 돈 부족 현상을 극복하려면 기부 캠페인을 벌여서라도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문화이음 기부 캠페인은 소액 정기기부, 기업의 사회공헌 협력 및 후원유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수원문화재단도 문화예술스폰서십 사업인 SSAC(Suwon Sightseeing Art Culture·싹) 사업을 시작했다. SSAC(싹)은 ‘문화예술의 싹을 틔우자’를 모토로, 사업을 브랜드화하고, 다양한 후원활동을 통해 수원의 문화예술 자생력을 강화하는 하겠다는 것이 재단의 목표다.
지역 문화기관들의 기부 운동은 내용상 차이가 조금 있을 뿐 개인, 기업, 단체 등의 기부를 받아 문화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겠다.
그러나 이같은 문화기부금 운동이 성공할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이미 상당수의 사회복지기관이 기부 운동을 벌이면서 지역 기업, 단체들이 기부활동을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화기관에 또 기부를 해 달라는 요청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결국 문화기부운동 성공의 열쇠는 왜 문화기부를 해야 하는지 필요성을 기부할 대상 등 사회 전반에 알리고 설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문화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에 사용하는 점을 강조한다든지 기부자가 기부를 했을 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단순히 좋은 일에 쓸 테니 기부를 해라’ 식의 기부 운동은 결국 형식에 그치는 또 다른 이벤트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선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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