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농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현주소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70년대 초반, 고향에서는 일찍부터 학교 다니는 것을 포기하고 남의 집 머슴살이나 식모살이를 하려고 고향을 떠난 어린 친구들이 많았다.

 허구헌 날 어른도 하기 힘든 일을 하면서도 밥 대신 구박을 먹고, 매맞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어느덧 40년의 세월이 지나고 우리 대한민국은 눈부시게 발전해 세계 경제강국 중의 하나가 됐다. 머슴살이도 이젠 옛말이 됐다. 그러나 그들이여전히 존재한다면 믿겠는가? 국내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는 흔히들 3D업종이라고 말하는 제조업 분야에서 일하는 공장노동자로만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골 농장이나 가축을 키우는 곳에서 머슴살이를 하는 것처럼 온갖 욕설과 매를 맞으며 궂은 일을 하는 이들이 있으니 이른바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5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설문조사 대상 이주노동자의 90.7%는 근로계약 조건보다 더 긴 시간 일하고 있으며, 71.1%는 최저임금인 4천860원보다 낮은 급여를 받고 일을 하고 있다.

더나아가 78.5%는 욕설이나 폭언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87.7%는 아무런 대응없이 참고 일을 한다고 답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여성노동자의 30.8%는 본인이 직접 성희롱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대답을 했고, 14.9%의 남성노동자들은 폭행당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을 했다.

대부분의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은 더운 동남아에서 오신 분들인데, 이들의 주거형태를 보면 넓고 외진 들판에 보온이나 난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컨테이너나 패널에서 한겨울 추위를 맞으며 살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여성노동자들의 경우는 잠금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그런 가건물을 숙소로 쓰다 보니 누구든지 함부로 출입이 가능해 여성으로서의 불편함과 성폭력의 위험으로부터 무방비 상태에서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농번기가 지나고 한가 해지는 농한기 때에는 이주노동자들의 동의도 없이 다른 곳으로 일을 떠나보내는 경우도 다반사이며 이에 응하지 않을 시에는 폭언 폭행이 가해진다. 도시의 공장노동자와는 달리 지역과 공동체로부터 고립돼 있는 그들로서는 하소연 할 곳도, 편하게 얘기를 나눌 곳도 흔치 않은 상황이다. 가족과 자녀들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다. 그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이주노동자들을 마치 머슴 부리듯이 함부로 대하고 그들의 가슴에 피멍을 안겨줘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우리가 필요해서 일손을 불렀으면 우대는 못하더라도 머슴취급은 하지 말아야 한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도 한번만 더 생각해보면 고마운 사람들이다. 자식들 다 떠나버린 농촌에서 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보니 일손 하나하나가 얼마나 고마울까. 멀리서 온 자식이다 생각하고 외로운 사람들끼리 돕는다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분명히 개선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해당 관청은 노동자 수요를 채우는 데만 급급해 하지 말고, 관리하고 감독하는 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실제 매뉴얼에 있는 대로 찾아가 점검을 한다면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도 더 이상은 두려움과 공포에 떨지 않고, 고국에 있는 가족들을 위한 자신의 사명을 기쁘게 감당하면서 우리의 농촌을 지키는 젊은 기수가 될것이다.

김철수 목사ㆍ사랑마을이주민센터 대표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