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감을 앞 둔 시점에 장관직을 사임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내용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과의 연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고 이의 여파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탈퇴로 증명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정부안은 국민연금을 오래 가입한 사람일수록 기초연금을 적게 주는 방식으로 설계돼있다. 즉 소득 하위 70%에 속하는 노인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1년 이하이면 기초연금 20만원 전액을 받을 수 있지만 가입기간이 1년 늘어날수록 1만원씩 줄어들어 20년 이상 가입자는 10만원만 받게 되는 역차별이 생긴다.
이에 따르면 소액의 국민연금을 붓는 저소득자들은 가능하면 빨리 탈퇴하여 20만원을 온전히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결론이 된다. 정부안이 발표된 이후 국민연금 임의가입자의 탈퇴 수가 지난해 월 평균 1천101명이던 것이 올 9월 한 달에만 2천511명으로 128% 증가했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오래 가입할수록 역진적 효과가 나는 문제들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연금은 자신이 낸 보험료에 비례해 급여를 받는 제도로서 가입자에겐 일정조건이 구비되면 인정되는 당연한 권리로서의 성격을 갖는 반면 기초연금은 보험료의 납부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급하는 ‘수당’적 성격을 갖는다. 엄밀히 기초연금은 본래의 연금과는 구별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구별없이 연금으로 부르다보니 기초연금도 마치 다른 연금처럼 마땅히 내가 받아야 할 돈이란 인상을 주게 된다. 이를 국민연금과 연계해서 지급하겠다는 정부안이 발표되자 여론이 들끓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양 제도의 성격을 구별하여 취급하는 것에서부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현재 우리나라 총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2.2%로 2030년에는 24.3%로 예상된다. 우리의 현 주소는 세계 15위에 달하는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노인 10명중 4.5명이 빈곤에 시달리는 노인빈곤률 45.1%로 OECD평균보다 3.3배 높다.
노령기초연금은 과거 경제발전의 주역이었지만 지금은 빈곤으로 내몰린 노인세대를 위한 사회보장제도이고, 기존의 노령기초연금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만든 것이 기초연금이다. 든든한 사회보장 정책으로 기초연금이 안착되지 못하고 논란에 휩싸이는 동안 생활고로 인한 노인범죄 증가 등(4년새 31% 증가) 노인들의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이제는 한국형 복지국가 모형 정립이 시급하다. 우리가 이상형으로 보고 있는 북유럽의 복지 선진국들도 재정황금시기에 만들었던 고부담 고지출 구조를 영미발 신자유주의 확산 이후 모두 조정하고 있다.
OECD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우리의 복지수준을 감안하면 복지 총량을 늘리는 방향은 설득력이 있지만, 노인복지를 챙기는 현실적인 방법에서 보편복지, 선별복지냐, 선별 후 보편복지냐 혹은 고부담 고복지, 저부담 저복지, 저부담 고복지이냐에 따른 대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전선영 용인대 라이프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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