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터넷 카페(네이버) 수는 대략 940만개이며, 하루에 4천여개씩 생겨나고 있다. 당연히 대부분의 카페가 살아남지 못한다. 이러한 살벌한 바닥에 특이한 이름의 카페 하나가 생겼다. 개설 두 달 만에 회원 수 3천800명, 조회 수는 20만회를 넘어섰다. 어느 아이돌 팬 카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경기도에서 개설한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카페이다.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이란 경기도에서 야심차게 추진 중인 ‘쓰레기는 반으로, 재활용은 두 배로, 무단투긴 제로’사업이다.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카페는(이하 ‘쓰사전’카페) 본 사업의 홍보와 참여자들(시ㆍ군 공무원, 자원봉사자, 일반주민) 간 소통 및 정보 공유를 위해 지난 8월13일에 개설했다.
처음엔 “다른 재밌는 카페도 실패하는데 쓰레기 관련 카페가 성공하겠어?”라고 다들 얘기했다. 하지만 이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모르고 한 소리였다. 바로 쓰레기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공통 관심사가 있으니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라고 마음먹고 무작정 카페를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카페를 만들려 하니 막막했다. 참고할 만한 쓰레기 관련 카페가 없는 것이다. “과연 주민들이 쓰레기 관련 카페에서 원하는 게 뭘까?”라는 고민 끝에 ‘쓰레기 수다방’, ‘우리 시 어때요?’등 몇 가지 메뉴를 만들어 카페를 개설했다.
우선 시ㆍ군의 청소담당 공무원들에게 가입을 부탁했다. 그러자 본인들의 업무와 관련한 정보, 애로사항 등이 오갔다. 또한 담당자들은 자신의 업무인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의 참여자들에게 카페를 소개하기 시작했고, 그러자 예상 밖의 일들이 일어났다. 참여자들이 자원봉사, 체험학습 등 자신의 활동들을 카페에 자랑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 000에서 청소봉사를 했더니 보람을 느껴요”식으로 글을 올리면 “00님 정말 고생하셨네요”같은 댓글이 달리면서 점점 활성화 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아! 그동안 주민들이 자기 얘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구나”라고 느꼈고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메뉴 개발에 힘을 쏟았다.
그렇게 해서 ‘‘쓔렉(쓰레기) 살아있네’, ‘진격의 봉사활동’, ‘아이디어 제안해요’ 등 소통을 위한 여러 메뉴(20개)를 만들었다. 특히 ‘아이디어 제안해요’를 통해선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졌고, 이중엔 ‘불법투기단속지역 사전예고제’ 등과 같이 정책으로 개발 가능한 것도 있었다.
공무원과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 참여자들로 시작한 카페는 예상보다 빨리 활성화 되었다. 또한 카페회원들이 쓰레기 관련 전문가 들이다 보니 “00쓰레기는 어떻게 버리나요?” 와 같은 질문에 바로 답변이 가능하여 점차 일반 주민들의 참여가 늘어났다. 이렇듯 ‘쓰사전’ 카페는 초기의 우려와 달리 현재 전국 최초의 쓰레기 관련 소통과 정보 공유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본인이 쓰레기와 관련된 슬로건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쓰레기는 죽지 않는다’이다. 재활용을 강조한 어떤 말보다 우리가 쓰레기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잘 알려준다. 우리 ‘쓰사전’카페가 쓰레기가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 뜨겁고 치열한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에 모든 분들이 함께 참여하시길.
최장영 경기도청 자원순환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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