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캠프마켓과 근대문화유산 시설

부평캠프마켓에 존재할 수 있는 근대문화유산시설에 대해 문화재청의 조사가 있을 것 같다. 부평미군부대 시민참여협의회에서 논의된 결과를 토대로 인천시가 캠프마켓 안에 존재할 수 있는 근대문화유산시설에 대한 기본 조사를 문화재청에 요구했다.

문화재청이 이를 받아들여 주한미군과 협의 중인데 문화재청은 인천시가 선정한 전문가들과 문화재청의 전문가, 시민참여협의회의 위원들의 명단을 가지고 주한미군과 협의해 최종 명단을 확정한 다음, 빠르면 11월 말경 캠프마켓 내부에 존재하는 시설 등을 토대로 조사한다는 것이다.

부평캠프마켓 길 건너에 부평공원이 있다. 애초 한국군 88정비부대가 사용하던 시설과 터를 도시공원시설로 고시한 것이 93년이었다. 이후 부대가 완전히 이주한 다음 공원으로 조성하기 시작한 것이 2000년이었다.

그러나 88정비부대의 역사는 한국군의 사용시점을 훨씬 넘어선 일제강점기 시절이었다. 부평지역은 일제강점기 시절 군수장비들을 제조하는 조병창의 기지역할을 담당했다. 예를 들어 부평역과 백운역 사이의 경인로에 접한 지역을 삼릉이라 부르는데, 이는 당시 미쓰비시(三菱)의 군수공장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미쓰비시의 한자음에서 나온 지명이었다. 이처럼 일부 지역에 불과할지라도 지역명이 일본의 한 군수공장의 회사명을 차명(借名)한데서 알 수 있듯 당시 부평지역은 일본 군수시설들이 중심지였다.

이 때문에 한국군이 정비부대로 사용하던 건물들 중 일부는 일제강점기 시절 지어졌기에 우리의 아픈 기억 속에 존재하는 근대문화유산으로 보존해 후세의 역사교육자료 시설로 보존해야 했던 건축물들이었다.

그러나 인천시의 도시공원 조성 시 시민사회의 보존가치가 있는 건축물들은 보존해야 한다는 요구가 무시되고 모두 철거되고 말았다. 비록 일제강점기 시절의 군수시설들이었을지라도 근대문화유산으로서 후세의 역사교육자료 시설로 활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현대 서구사회에서는 기존 시설들을 철거하고 새로운 시설을 건축하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하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른바 창조도시 프로젝트가 도심재생의 기본 모티브가 되는 것이다. 창조도시는 모든 것을 철거하고 새롭게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던 시설들의 역사와 이야기를 토대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프로젝트이다.

예를 들어 우리와 같은 분단국이었으나 통일된 독일에는 많은 미군기지 터가 존재한다. 독일에 주둔하던 미군이 철수한 이후 독일은 모든 시설들을 철거하고 새로운 도시계획을 세운 것이 아니라 가능한 기존 시설들의 증·개축을 통해 재해석한 역사 문화 교육 시설들로 활용하고 있다.

부평지역은 과거의 농경사회에서 일제강점기 시절 군수 병참기지로서 존재했던 아픈 기억과, 한국전쟁 이후 주한미군이 주둔한 기억, 이후 산업공단 등으로 이어진 역사가 존재한다. 이제 이를 외면하거나 분절된 역사로 보지 말고,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 내어 인문학적 상상력이 살아 있는 도시로 재생시켜야 하는 것이 21세기 도심재생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캠프마켓에 대한 문화재청의 근대문화유산시설에 대한 조사는 앞으로 캠프마켓의 기본활용 계획의 기본자료가 돼야 하며, 이 자료를 토대로 계획되는 캠프마켓의 활용계획과 추진방식이 앞으로 도심재생사업의 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곽경전 부평미군부대 시민참여 協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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