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꿈이라는 것

- 조병화 시인

서울의 남산자락에서 또 혜화동에서

선생님의 꿈을 저는 펴보고 있습니다

열정이었던 한 시인의 꿈을

사랑이었던 한 시인의 꿈을

여정이었던 한 宿의 꿈을

오늘은 제 꿈으로 엮고 있습니다

늘 이승이라 믿었던 그 꿈으로

이제는 저승에 둔 선생의 꿈으로

아드님과 며느님, 그리고 따님과

문우들과 제자들과 후배들이

그 꿈을 다시 이승으로 이끌고와서

오늘은 잔치를 펴고 있습니다

안성 땅 난실리 편운재와 청와헌을

서울 혜화동의 집필실과 문학관을

이승과 저승에 긴 다리를 놓고

캄캄하게 살아온 일흔과 여든의 내력

쓸쓸과 정나미와 아쉬움을 엮어

노잣돈으로 늘 셈하는 그런 버릇입니다

이승에서 다하지 못한 시간을 잊고

저승에서도 챙기지 못한 독려를 쌓아

오늘과 내일로, 또 낮과 밤으로 나누지 않고

외로움과 헤어지는 연습을 해가면서

손을 나누어도 석별치 않는 작별의 아름다움

그 모두를 지금 배우며 우리 기리고 있습니다.

성춘복

경북 상주 출생(1936년).

<현대문학> 으로 등단.

제1회 월탄문학상·한국시인협회상ㆍ국제펜문학상ㆍ한국문화예술상 수상.

시집 <길 밖에서> 등 18권. 수필집, 비평집 다수.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역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