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으로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권리가 무리하게 확장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새로운 기술 혁신이 숨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했다.
1980년대 Sony가 만든 VCR에 대하여 영화의 불법복제 도구가 될 것이라는 저작권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정이용’을 인정해 저작권을 침해하는 물품이 아님을 확인한 것 등은 대표적인 예이다. Napster로 시작하여 Torrent로 확대된 P2P, 클라우드 서비스나 스마트폰을 통한 복제도 기술발전이 저작권법에 던지는 새로운 도전들이다.
3D프린터 설계 파일도 창작성 있어
여기에 더하여 혁신적인 새로운 복제기술이 등장했다. 바로 3D 프린터다. 이를 이용해 플라스틱 권총을 조립했다는 기사에 이어 금속 권총도 제작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3D 스캐닝 기술과 결합하면 사물들을 물리적으로 재현하는 일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3D 프린터도 다른 프린터처럼 복제기기의 일종이다. 그래서 벌써부터 3D 프린팅과 관련해 저작권을 다투는 사건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에서는 방송사인 HBO가 iPhone 거치대를 만들어 판매한 사업자에 대해 중단을 요청한 사건이 있었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한 거치대가 HBO의 TV 프로그램인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에 나오는 의자와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다면 유명 캐릭터들을 3D 프린터로 만들어 인형이나 열쇠고리 등으로 이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서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먼저 3D 프린터로 재현된 캐릭터는 저작권법에서는 ‘응용미술저작물’로 분류한다. 우리 저작권법에서는 이용된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저작권으로의 보호를 인정한다. 적지 않은 경우가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D 프린터를 위한 설계도 파일도 창작성이 있는 한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이 설계도 파일을 복제하면 침해가 될 수 있다. 이미 인터넷에는 3D 프린터용 설계도 파일들만을 거래하거나 공유하는 사이트들이 많다. 특히, 유료로 판매되는 설계도 파일을 허락없이 인터넷에 게시하게 되면 음악이나 영상 파일의 공유와 마찬가지로 저작권법상 전송권 침해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다.
3D 프린팅을 위한 설계도 파일은 직접 구상한 내용이나 기존의 설계도 등을 바탕으로 3D 설계용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제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물을 직접 3D 스캐닝을 하여 3D 프린팅용 설계도 파일을 만들면 이것 역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될까?
사진저작물에 대해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돼야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한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보면 3D 스캐닝 과정에 이러한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저작권자 허락없이 복제땐 침해
또한 3D 프린팅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개인적인 이용은 허용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보통의 저작물에 대한 사적복제와 달리 시장대체 효과 등 저작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으므로 그 범위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도 새로운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법이 3D 프린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맞서 어떻게 대응하고 균형을 잡아갈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김혜창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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