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다시 생각해 보는 업무방해죄

우리 사회에서 자주 회자되는 범죄 중의 하나가 업무방해죄다. 예컨대 고객이 상점을 방문해 큰 소리로 항의하면서 욕설을 하는 경우 점주가 고객에게 ‘계속 이러시면 업무방해죄로 신고하겠습니다’라고 엄포를 놓는 장면을 흔히 목도하게 된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든 남의 업무를 방해하기만 하면 무조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형법은 업무방해죄에 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볼 수 있듯이 ‘위계(허위사실 유포 포함) 또는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만이 업무방해죄로 처벌되는 것이고, 이러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

여기서 ‘위계’란 상대방의 착오나 부지를 이용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 대법원이 위계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사례들을 보면, 대학교수가 입학시험 문제를 응시자에게 알려준 사례, 타인이 대신 쓴 논문을 석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사례, 다른 사람 이름의 이력서와 생활기록부 등을 증거로 제출해 위장취업한 사례 등이 있다.

반면 ‘위력’이란 다른 사람의 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하는 일체의 세력이라고 정의되는데, 폭행·협박 등이 여기에 포함됨은 물론이고 경제적·정치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이에 해당될 수 있다.

위 사례의 경우 고객이 상점에 와서 큰 소리로 항의하면서 욕설을 하였다는 점만으로는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 없겠지만, 그 정도가 심각하여 상점 주인의 의사가 제압되는 정도라고 평가된다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음식점이나 다방에서 고함을 지르고 난동을 부린 행위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판단한 바 있다.

이처럼 위계나 위력이 인정되지 않으면 업무방해죄도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 위계나 위력이란 개념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으로 이 개념이 포괄하는 범위는 지극히 넓다. 이 말은 자신과 갈등상황에 있는 타인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업무방해죄가 악용되기 쉽다는 뜻이다.

즉 갑의 어떤 행위에 대하여 불만이 있는 을이, 다른 수단으로 갈등을 풀어 보기 위한 시도를 하지 않고, 대부분의 사안에서 가장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업무방해죄로 갑을 고소하여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타인의 행위로 인해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게 되면 무작정 업무방해죄로 고소하는 사건이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시위로 인하여 교통에 지장이 초래되는 경우 또는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불편을 겪게 되는 경우, 시위대나 노동자들을 무작정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과연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

사실 갈등이 없는 사회란 있을 수 없고, 갈등은 표출돼야 해소된다. 그런데 그 갈등을 표출하는 행위를 할 때 극히 조심하지 않으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해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지극히 가벼운 사건마저도 형식 논리에 따라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고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으로, 이는 당사자들간의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킬 위험도 있으므로, 가능한 한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즉, 외형상으로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마땅히 형사처벌을 해야 할 정도에 이른다고 판단되는 심각한 경우에만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지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종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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