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치인의 저서 출판기념회 소식 반갑다

요즘 신문에 심심치 않게 나오는 기사 중에 하나는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 소식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입후보하고자 하는 후보들이 자기 알리기에 책을 출판하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이 마음만 가지고는 잘 써지지 않는다. 또한, 한 줄 한 줄 써 나가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쓰다 보면 고통의 순간도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 오랜 시간 글쓰기에 전념한 작가들도 힘든 일인데 처음 집필하는 정치 후보자가 오죽하겠는가?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세상에 책을 내놓는다. 그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일부이긴 하지만 ‘대리모(대필 작가)를 통한 ‘책 씨받이’를 했다고 비꼰다. 한술 더 떠 출판기념회에 대한 언론의 보도 내용은 이율배반적이다. 현역 정치인이나 정치인 후보자들의 책 출간 뉴스를 끊임없이 보도하면서 한편으로는 사설이나 칼럼에는 맹비난이 쏟아진다.

‘유력 인사들 교우의 장’, ‘민생은 저버리고 출판기념회는 북적거려’라고 하는가 하면, ‘이름도 알리고 세를 과시하면서 한꺼번에 큰돈을 버는 1석 3조의 효과’라며 부정적인 평도 서슴지 않는다.

정치는 망망대해에 조각배 하나 띄운 것이나 다름없다. 이곳저곳 불려 갈 곳, 이리저리 휩쓸린 곳이 한두 군데이겠는가? 시간이 없다 보니 초고의 교정에서 출간까지 본인의 손길이 다 미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쩔 수 없이 전문가의 손을 빌려 출간하고 곧바로 출판기념회를 연다. 선거법 때문에 정치후원회를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니 ‘저서’도 내고 ‘모금’까지 하며 자신을 널리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도 깊이 다시 생각할 사항이 있다. 정치 신인이나 초선 의원들이 자신의 정치적 포부나 자기를 알리고 내세울 방법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요즘 유행하는 SNS를 이용하거나 지인과의 대면 접촉도 가능하지만, 그 나름의 한계가 있다. 그래서 광범위하게 많은 사람을 접촉할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책을 출판하여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간단한 보고서 한 건을 작성할 때도 주위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논문 작성 시에는 담당 교수의 지도를 반드시 받는다. 그런데 2~300쪽에 달하는 두툼한 책을 내자면 작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아 책을 내는 것이 무슨 큰 부정한 행위란 말인가? 열심히 노력해서 내놓는 책에 격려는 못 해줄망정 ‘전부 다 써주었다’거나 ‘베낀 것’이라고 쉽게 말하지 말자.

이제부터는 정치에 입문한 의원은 두말할 것 없고, 새롭게 정치에 입신하려는 신인들이라면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듬뿍 담아낸 책 한 권쯤은 써서 유권자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과거에는 투표 날이 임박해서 배달되는 선거공보물이나 포스터를 보고 선택해야 했기에 갑갑하지 않았던가?

요즘 나오는 정치인들이 쓴 책도 예전처럼 신변잡기가 아닌 진심이 담겨있다. 그만큼 출마자나 유권자들의 학력이 높아졌고 책을 보는 수준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저서 출간과 출판기념회 소식이 반갑다. 노력한 만큼 행운도 함께하기를 빈다.

고일영 애플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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