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지방정치 분권 강화로 지방행정의 민주화를

새해다. 선거의 해가 밝았다. 6월 4일 제6회 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이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출판기념회를 열거나 각종 행사에 참석해 얼굴을 알리는 등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러면서도 출마예정자들, 특히 기초 선거에 나가고자 하는 이들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정당공천제 폐지문제라든가 선거구 획정 등 지방선거를 앞두고 필요한 법과 제도를 국회가 내팽개쳐 두었기 때문이다.

중앙정치는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 특검, 이석기 사태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철도민영화를 둘러싼 철도노조의 파업, 종교지도자들의 시국선언 등으로 어수선했다. 뒤늦게 정치개혁특위가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개특위가 지방선거와 관련해 우선적으로 다룰 주제는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제 폐지문제지만 이것 말고도 풀어야 할 숙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방자치 관련 법과 제도의 개선방향은 분권의 강화와 참여의 확대이다. 주민자결권이 확대되고 참여의 통로가 넓어져야 한다. 우리 지방자치는 아직 중앙정부가 시키는 일만 하는 위임형 자치에 머물러 있다. 대부분의 결정이 중앙정부에 의해서 법률이나 명령, 지침의 형식으로 정해지고 지방정부는 거기에 따라야만 한다. 지방정부가 주민들의 뜻에 따라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갈수록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투표율도 낮아지고 있다.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축소판이 아니다. 그 지역의 실정에 맞는 생활정치가 되어야 한다. 지역실정에 맞는 공공서비스를 주민들에게 공급해야 지역주민의 삶의 질도 좋아지고, 지역경쟁력도 높아지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임형 자치가 참가형 분권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사업을 수행하는 단순한 집행기관의 위상에서 벗어나 지역 내 필요사업에 대해 독자적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결정하고 집행하고 책임까지 지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지방정치와 지방행정의 민주화가 이뤄진다.

참가형 분권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나눠야 한다. 중앙정부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최저 기준이라든가 수혜조건 등만 결정하고 공급은 지방정부에 맡겨야 한다. 지방 행·재정의 기준은 대통령으로 정하되, 구체적인 사안은 지방의회가 조례로 결정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간섭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감독 아래 국가정책을 집행하는 행정하부기관이 아니다. 물론 지방정부도 지역주민의 복지를 증진시킬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재정자립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구분하는 것은 중앙정부에게도 좋다. 지금처럼 중앙정부가 중앙과 지방의 크고 작은 일을 모두 다 책임지고 다루게 되면 머지않아 기능이 마비될 것이다.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중앙정부에게 기대어 모든 것을 맡기고 소극적으로 눈치나 보고 시키는 일이나 하는 대리인 구실밖에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압축성장을 추진하던 산업화시대에는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집행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지금은 우리의 경제규모가 매우 크고, 민도도 매우 높다. 엘리트들도 중앙정부에만 몰려 있는 것이 아니고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효율적이지도 않다.

OECD 나라들을 보면 미국 독일 스위스 등 지방분권의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잘 사는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재정위기를 맞고 있는 그리스나 포르투갈 등은 고도의 중앙집권적 나라들이다. 국회 정개특위가 이런 현실을 고려해 지방분권을 크게 강화하기를 바란다.

손혁재 수원시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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