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소치올림픽 유감(遺憾)

제22회 소치 동계올림픽이 오는 2월7일부터 23일까지 열린다.

개막이 임박하면서 대한민국은 ‘피겨 여왕’ 김연아, ‘빙속 여제’ 이상화, ‘남자 빙속 간판’ 모태범과 이승훈 등 우리 선수단이 펼칠 활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끓고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인천연고 선수는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 대표 명단에 단 한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동계스포츠 불모지’ 인천의 오명을 재확인하는 순간이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우리나라는 금 6개, 은 6개, 동 2개의 성적으로 종합 5위에 오르며 동계스포츠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벅찬 감동을 맛봤다.

우리 인천도 연수여고 출신의 이은별 선수가 쇼트트랙 1천500m에서 인천 동계체육 역사상 올림픽 첫 메달을 따내며 영광의 순간을 함께 했다. 드디어 인천 동계체육에도 희망의 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빛은 4년 만에 꺼져버렸다. 인천 동계체육은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밴쿠버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꿈을 접고 말았다.

그런데 이는 인천 동계체육의 현주소를 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인천 동계스포츠 인프라는 인구 295만이라는 인천 시세에 어울리지 않게 정말 턱없이 부족하다. 경기장 시설이라곤 동남스포피아 아이스링크 한군데 밖에 없다.

정규규격에도 못 미치는 시설이지만 이마저도 인천빙상경기연맹 박대성 회장의 열정과 의지가 없었다면 이미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동남스포피아는 해마다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지만 박대성 회장은 제2, 제3의 이은별을 발굴해내겠다는 사명감으로 계속해서 운영해오고 있다.

운동 환경이 이토록 열악하다보니 선수들은 ‘떠돌이 훈련’을 해야 했고, 애써 힘들게 발굴한 동계종목 유망주들은 미련 없이 고향을 떠나기 일쑤였다. 상황이 이럴진데 인천 동계체육이 작금에 처한 현실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오히려 4년 전 동계올림픽에서 이은별 선수가 은메달을 따낸 게 불가능에 가까운 기적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천 동계체육은 이대로 주저앉고 말 것인가? 그건 결코 아니다.

인천 동계체육인들이 그동안 애태우고 기다리던 선학빙상경기장이 곧 완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선학빙상경기장은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만3천188㎡에 주경기장, 보조경기장, 컬링연습장, 관람석 3천11석을 갖춘 국제규격의 최첨단 시설이다. 비로소 인천 동계체육이 발전할 수 있는 튼튼한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2014년은 인천 동계체육 발전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제 인천 동계종목 선수들도 최고의 환경에서 맘껏 훈련할 수 있게 됐고, 세계적인 선수들이 출전하는 수준 높은 빙상대회를 우리시에서도 개최할 수 있게 됐다.

동계스포츠의 대중화와 저변확대의 길이 활짝 열렸으며, 뭣보다 인천체육의 해묵은 과제였던 하계종목과 동계종목 사이의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할 수도 있게 됐다. 그동안 하계종목은 전국체육대회에서 중상위권의 실력을 보여 줬지만, 동계종목은 하위권에 머물러 왔다.

소치 올림픽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지금 인천 동계체육은 오는 2월26일부터 3월1일까지 열리는 제95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준비에 들어갔다.

인천선수단은 지난해 종합11위에서 3계단 오른 종합9위를 목표로 정했다. 대한민국 전역이 소치 올림픽으로 들떠 있을 때 우리 선수들은 지역의 명예를 빛내기 위해 묵묵히 땀방울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인천선수단이 선전할 수 있게 인천시민과 지역사회의 뜨거운 관심과 성원이 간절하다.

인천체육 입장에선 이번 소치 올림픽이 매우 유감스럽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선학빙상경기장과 함께 인천 동계종목 유망주들이 앞으로 4년 후 평창에서 열리는 제23회 동계올림픽의 영예로운 주인공으로 자라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규생 인천시체육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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