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가지 선물을 아십니까?

한국인의 독특한 정서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아마 향토애(鄕土愛)가 아닐까 한다.

누구도 예외 없이 자신의 고향, 즉 출생지나 성장지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해마다 정월 명절인 설 연휴에는 고향을 찾는 인구와 행렬이 폭증해 결국 ‘민족의 대이동’이라는 별제를 달게 된다.

어떤 이는 이런 현상이 너무 야단스럽고 유별난 풍습이 아니냐고 주장하며, 또 어떤 이들은 그래도 명절 때가 아니면 귀향과 친지상면의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은 당연하다고 목청을 높인다.

두 가지 얘기 모두 충분히 이해가 가고, 명분이 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귀성의 이유나 배경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 방법에 관한 것이다. 다름 아닌 왜 한결같이 너 나 할 것 없이 거의 모두가 자동차를, 그것도 자가용을 이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사정이나 사연이 있으리라. 또한 자동차를 갖는 것은 그 편의성 때문이라는 이유 앞에서는 사실 별도의 구실을 붙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한번 곰곰이 깊이 생각해 보자.

자가용의 편의성에 앞서, 어떤 아집이나 과대포장식의 전시성을 우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가족만 소중하고, 내 고향만 챙기려는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내 차 갖고, 내가 운전해서, 내 가족 태우고, 내 고향에 찾아가는데 웬 말이 그렇게 많으냐고 묻는다면 이 또한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더불어 살고 있다. 함께 하지 않고서는 한시라도 살아갈 수 없는 시대, 그런 환경에서 살고 있다. 대중매체는 그렇게 좋아하면서 대중교통은 왜 그리 생각하지 않는가? 최근 명절 연휴 기간에는 엄청난 교통정체 현상 때문에 그나마 대중교통수단 이용객 숫자가 점차 늘고는 있지만, 아직은 아쉬움이 많은 실정이다.

설 연휴기간에는 우리 모두 성숙한 교통문화의 한 단면을 보일 수 있도록 해야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20시간, 광주까지 18시간 걸렸느니 하면서 무슨 무용담 하듯 하는 정말 웃기는 일은 이제 없도록 하자.

선진 외국의 경우도 이런 관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린 너무 심한 것 같다. 특히 명절 연휴기간의 교통사고 급증현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발 늦게, 한발 먼저 양보하면 될 일인데 왜 안 되는지 한탄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 되도록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일정을 조정해 보자.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당국의 방침과 통제를 잘 따르고, 법규와 양심에 따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자.

특히 대중교통수단 종사자들은 막중한 책임감까지 챙겨두자. 그렇게 한다면 3가지의 즐거운 선물을 우리에게 남겨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바로 교통정체와 교통사고와 교통낭비를 줄이는 귀중한 세가지의 선물 말이다.

/강순봉 교통안전공단 경인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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