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간 상생… 철새들에 땅 한 뙈기는 양보해야”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두루미의 아버지’라 불릴 정도로 헌신적이고 각별한 사랑을 펼쳐온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이하 협회) 이사장(61)을 사우동 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겨울철이면 어김없이 새벽잠을 쫓으며 일어나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에 기꺼이 자신을 던져 온 윤 이사장은 이날도 철원에서 촬영을 마치고 김포로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 남들은 움츠러들고 게을러지는 겨울, 거꾸로 가장 바쁘고 왕성한 활동으로 매일 아침 철새들과 함께 새벽을 열어젖히고 있다.

만나자마자 윤 이사장은 올해 겨울 철새의 개체 수가 확연히 줄어든 데 걱정부터 했다.

윤 이사장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사람인데, 사람이 살아가고자 인위적으로 자연을 이용하는 것을 이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냐”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한 때 120여 마리의 재두루미가 서식했던 한강하구에는 고작 30여 마리 정도 찾아든다고 했다.

윤 이사장은 겨울 철새의 개체 수 감소 원인을 농경지 매립으로 말미암은 먹이 터 부족, 4대 강 사업으로 인한 생태환경 변화에서 찾았다.

그는 환경단체인 협회를 꾸려오며 인간과 자연이 상생할 길을 고민해오고 있다.

그는 “한강하구의 자연과 재두루미는 김포가 가진 유산이다. 김포의 보배가 3가지 있다, 강, 평야, 철새다. 김포의 무한한 경쟁력이다. 현재를 사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김포의 자연을 올바로 미래에 전달해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두루미를 한강하구의 역사 속에 묻어 둘 것인가? 아니면 움직이는 미래의 자연으로 남겨둘 것인가?”라고 물으면서 “철새들을 위해 땅 한 뙈기 정도는 양보해야 한다”고 했다. 윤 이사장은 현재의 서식환경을 올바로 유지 보전한다면 영구적인 철새들의 안식처를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김포한강신도시 건설로 나타날 수 있는 조류서식지 감소를 최소화하고 자연생태도시 건설을 위한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김포한강야생조류공원이 올바로 조성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 활동과 농경지 보전 및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후손들에게 물려줄 자연자산”이라고 밝혔다.

한편, 윤 이사장은 최근 한강하구 재두루미의 생태를 담은 보고서 형식의 저서 ‘생명의 강, 희망의 날갯짓’을 발간했다.

책은 1992년부터 올해까지 23년여를 살펴온 관찰일지의 성격으로 사라져가는 한강하구 재두루미를 보전해야 한다는 절실함을 담았다.

김포=양형찬기자 yang21c@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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