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각종 규제 공무원이 앞장서 걷어낼 때

김창수 인천본사 경제부장 cs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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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한 외국계 전문기관(맥킨지)이 한국 경제를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로 비유하면서 특단의 개혁조치 없이는 추락할 것이라 경고했다”며 “규제개혁이야말로 바로(한국 경제) 그 특단의 개혁조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 대통령이 7시간에 걸쳐 규제개혁 끝장 토론을 벌인 탓인지 당일 거론된 푸드트럭 문제는 국토교통부가 소형트럭에 조리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하면서 5일 만에 해결됐고 인터넷에서 30만원 이상 물품구매시 공인인증서를 확인하는 문제도 올 상반기 중 외국인이 해외에서 ‘천송이 코트’를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할 전망이다.

이밖에 정부는 청소년 유해 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의 설립지원을 위해 관련 훈령을 개선하고 지역교육청과 협의해 설립허가를 내주기로 하는 등 많은 규제가 풀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수만가지 규제 중 일부일 뿐이다.

요 며칠 간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일어나는 각종 규제와 관련한 기획취재를 통해 주요사업 추진이 애매모호한 상황에 직면했을때 공무원들의 유형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일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경우로 나뉘며 그 결과는 관련 사업자에게 실패와 성공의 엄청난 차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할 수 있었다.

결국, 규정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는 사안에 대해 공무원이 일하자고 들면 방법이 보이고, 안 하려고 하면 규제가 보이듯이 담당자의 자세에 따라 유권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청라국제도시 시티타워 및 복합시설 공사발주 건을 살펴보면 LH는 3천억원을 들여 시티타워를 건설해 인천시에 기부채납하면서 추가로 이 건물 관리를 위한 1만평의 부지를 제공했다.

시는 시티타워의 시공과 1만평 개발을 통합발주하면 사업성이 높아져 사업자 공모가 쉽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국가계약법상 별도 계획으로 진행된 단일물건은 각각 발주해야 한다는 기재부의 통합발주 불가 유권해석으로 사업은 1년이 넘도록 추진이 중단됐고 시민들의 기대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또 영종도 82만평의 부지에 국제학교, 국제헬스케어센터, 비즈니스타운, 쇼핑타운, 레저타운 등을 갖춘 미단시티를 조성하려는 모 기업은 지난 2011년 12월 택지만 일부 준공한 뒤 경기침체 등으로 개발계획(토지이용계획) 변경을 추진했으나 승인권자가 명확지 않다는 이유로 ‘승인권한이 없다’는 공무원의 수동적인 태도에 인천시와 산자부 등을 쫓아 다니느라 수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이밖에 송도 재미동포타운은 비주거시설의 경우 외국인 분양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어 해외에서 사기분양에 휘말리는 등 인허가 과정에서 점검하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관련 공무원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법 개정이 만들어지지 않아 사업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경우는 ‘할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대부분의 일 추진이 안 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기 일쑤이다.

급기야 인천경제청은 FEZ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특별한 경우에만 금지하는 규제를 하자는 ‘네거티브 규제’ 도입을 정부에 건의하고 나섰다.

특정한 활동이나 행위에 대해 예외적으로 명시된 금지 조항 외에는 원칙적으로 허용하자는 ‘네거티브 규제’는 경쟁상대인 중국이 상해 자유무역지역에 적용, 성공을 거두고 있다.

625 전쟁 이후 산업근대화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60여년간 앞만 바라보고 숨 가쁘게 달려온 대한민국이 만들어낸 수많은 규제를 이젠 공무원이 앞장서 말끔히 걷어내 기업의 자율성과 영업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후대에 물려주는 노력을 국민과 함께 시작할 때다.

김창수 인천본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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