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기초선거에서 정당이 빠지는 것을 한국정치의 새로운 큰 변화로 볼 수 있었다. 우리 국민은 정치인을 위한 선거제도 때문에 묻지마 투표 내지는 특정 정당을 무조건 선택해왔다.
OECD 가입은 물론 한류로 세계 예능문화까지 섭렵하는 한민족이 정치적으로는 지금껏 미개인 취급을 받고 있다. 정당이 모든 선거에 공천을 해야 한다는 명제는 정치적 주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교육감 선거가 헷갈려도 형식상 정당공천을 아직껏 배제하고 있는 기준은 무엇이겠는가? 초·중·고등학교 교육의 수장이 정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서 줄서는 것을 막기 위함이고 학교교육이 정치의 싸움의 장이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 아니겠는가.
동네 살림에서 정당 없이 주민들이 결정하는 기초선거 정당불공천, 이정도 문제는 안철수 대표가 국민과 당원에게 물어볼 필요 없이 6·4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법적 심판을 받아도 될 사안이었다.
그것이 정치개혁 지도자의 리더십이었는데 마치 선생님이 설명해야할 문제를 학생들에게 숙제로 떠안기듯이 국민과 당원에게 물어보았다. 결과가 어긋나도 과정에 충실하면 인정받을 수 있는 새정치가 이제는 정당공천을 통한 6·4 지방선거 결과만이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하게 된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개혁공천을 한다고 한다. 정당공천이 비민주적이고 불법적일 때 비민주적 국가구상과 직결되기 때문에 공천시스템은 민주주의와 헌법의 문제이다. 보통 공천이 아닌 개혁공천을 한다기에 기대가 크다.
정당의 압도적 영향 하에 놓여있는 유럽 각국의 선거에서 특정정당의 아성지역이나 안정권 범위 내에 있는 정당명부의 후보자들은 정당 내부에서 선정되는 순간에 사실상 당선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정당의 공천과정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유럽 각국의 선거는 이미 반민주적이고 반입헌적인 것이다. 공천에서 정당의 무한책임을 역설한 것인데, 이러한 수준의 정치적·법적 책임을 감내할 개혁공천을 할 수 있을까.
한국정당공천시스템의 문제점으로서 각 정당이 정당조직의 특성에 맞지 않는 공천시스템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제17대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공천과정에 일반국민과 대중이 참여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진성당원의 한 유형인 기간당원제를 도입하여 민심과 당내의사결정의 괴리를 자초하는 우를 범했다.
기간당원이 동원되는 전당대회식 당내경선이 남발되면서 종국적으로 경선제 무용론에 봉착하였고 이러한 잘못된 경험이 제18대 총선에서 경선 없는 비민주적 공천행태를 반론 없이 방조하게된 결과를 빚었는지도 모른다.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어느 한 당도 민주적 경선에 의한 공천을 하지 않았고 비례대표 공천의 경우 불법적이고 금품거래가 공공연한 비민주적·불법적 정당공천의 전형이었다.
정치가치나 정치목표에 대한 고려 없는 용병들의 산술적 공천과 통합지분의 야합에 의한 공천 게리맨더링(통합민주당), 대통령 친위정치세력 공천과 반대세력의 배제공천(한나라당), 지역정당을 자처하는 전근대적 영입공천(자유선진당), 공당이 아닌 특정인 마케팅 공천(친박연대), 당내 계파 싸움을 극복하지 못한 진보정치세력의 분당공천(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개인사당화의 절정을 보인 사당공천(창조한국당) 등이 제18대 총선의 정당공천 백태였다. 이러한 한국정당의 공천의 자화상이 지금의 국회를 구성한 제19대 총선에서도 여실히 반영되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요컨대, 반복되는 비정상적 공천과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개혁공천의 요체이자 제2의 새정치 깃발임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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