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춤의 저력 온 몸으로 보여준 감동무대 수련몽ㆍ진도북춤ㆍ장고춤… 변화무쌍한 춤사위
무대 위에 11개의 목련꽃잎이 떨어져 있었다. 진짜 꽃잎이 아니다.
하늘거리는 아이보리색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원을 그리며 엎드러져있는 모습이 마치 그래보였다.
잔잔한 가야금산조와 함께 무대 한가운데 조명이 떨어졌고 그곳에서 꽃잎 한떨기가 일어나 부드러운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윽고 다른 꽃잎들도 서서히 일어섰다. 이들은 서서히 산들바람에 흩날리듯 춤사위를 이어갔고, 속도를 더하다가 다시 잔잔해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다시 바닥에 살포시 엎드러졌다.
꿈속에서 한떨기의 꽃을 본 듯한 이 작품은 지난 19일 경기도문화의전당 아늑한소극장에서 상연된 시리즈 공연 ‘우리춤 비상하라-고이접어 나빌레라’에서 경기도립무용단이 처음 선보인 ‘수련몽’이다.
지난달 시작된 시리즈 공연 ‘우리춤 비상하라-고이접어 나빌레라’는 우리 전통 넌버벌퍼포먼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공연은 화려한 궁중복색을 차려입은 9명의 단원의 격조있는 춤사위와 발디딤새로 시작해 남성 단원의 박력있는 양손 북연주가 함께하는 ‘진도북춤’으로 분위기를 한껏 격앙시켜나갔다.
모두 전통무용이다. 한의 정서를 하얀수건으로 표현한 살풀이 춤과 꽃부채 군무가 인상적인 부채춤, 우리 여인의 흥을 장고로 표현한 장고춤 등 도립무용단의 레퍼토리도 인상적이다.
수련몽과 함께 이번 공연에서 첫 선을 보인 창작무 ‘신(神), 춤내림’에서는 전통무용의 현대적 해석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도립무용단의 박지혜 수석단원과 남정은, 최민정 단원이 출연한 이 작품은 신의 뜻을 거스르려다가 결국 운명을 받아들이고 마는 한 인간의 모습이 서사적으로 그려졌다.
서양악기와 전통악기가 어우러진 몽환적인 연주와 방울소리, 세차게 부는 바람소리 등을 배경으로 한 3인무는 무속세계에 귀의하기에 앞선 인간의 갈등을 자연스럽게 묘사하고 있었다.
공연은 남성 무용단원 5인의 신명나는 타악 연주가 어우러진 ‘모듬북’ 공연으로 좌중의 박수갈채를 자아내며 막을 내렸다.
지난달 동남아시아 3국 초청공연을 통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명제를 실천해보인 도립무용단의 이번 시리즈 공연은 오는 7월12일과 8월30일, 9월20일 등 3차례의 일정을 앞두고 있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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