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두는 고개를 숙여야 한다

어른들의 우둔함과 위급상황 조치능력 부족으로 아직 배안에 아이들이 남은 채 침몰한 세월호를 어떻게 바라볼 수가 있단 말인가? 그들의 부모의 타버린 까만 가슴을 무엇으로 위로를 해야 하나? ‘한심한 나라’라고 외국나라들은 평가하지는 않을까?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 모두가 죄인이다. 이번도 반복되는 인재이며 총체적인 안전 불감증이라고 생각한다. 불과 1월에 대학생들의 경주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10명의 사망이 아직도 여운이 있는데 또 대형 사고라니…. 현장학습 매뉴얼을 무시하고 학년 전체가 수학여행을 동시에 실시한 학교도 문제가 있다.

그동안의 사고 후 대처는 말만 있었을 뿐 실천이 없었다고 본다. 이번 사고로 앞길이 구만리 같은 꽃다운 청춘을 피워보지도 못한 제자들과 동료교사들을 떠나보내면서 슬픔과 분노를 참기가 너무 어렵다.

안전불감증… 우리 모두가 죄인

잔인한 4월은 갔지만 대한민국은 여객선 침몰로 정신적 외상의 뜻인 집단 트라우마에 빠져있다. 이번 사고가 너무나 큰 충격이어서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이웃과 일반 국민들에게도 번지고 있다.

아직도 실종자 가족들의 절규가 국민들을 깊은 절망으로 빠져들게 한다. 국민적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며, 슬픔과 분노보다는 함께 괴로워하고 공감해야 마음의 중심을 잡을 수 있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지난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뉴욕 시장인 루디 쥴리아니는 시민들이 정상화된 생활로 복귀하도록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했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와 정치인들은 사죄하는 마음으로 국민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의 운영 모습을 향해 철저히 반성하고 머리 숙여 낮아져야 한다.

잘못돼있는 제도와 관행은 혁신해야 되고, 무능하고 기회주의적인 자는 퇴출시켜야 한다. 더 이상 대한민국의 어린 아들과 딸을 희생시키지 않도록 안전보장 시스템을 구축해야 된다.

그래야 국민들이 대한민국이란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와 가치를 깨달을 것이다.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늘 그랬듯이 무사안일, 무책임한 처리 등으로 정부를 욕하는 글들이 SNS와 인터넷을 통하여 난무하고 있다. 신속하게 구조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방문한 국무총리에게 물세례를 퍼붓기도 했다.

이제 우리 모두가 좀 더 차분해져야 하겠다. 이렇게 온 국민이 슬퍼하고 우울할 때 모두가 흥분하고 누구를 탓하고 욕하는 것이 과연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위로나 도움이 되는 것일까? 관계자들이 차분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조용히 기다리며 해결책을 찾아야 될 것이다. 세월호 대참사는 여러 분야에 교훈과 경고를 주고 있다.

1학기 모든 수학여행과 단체활동을 금지하라는 것은 더 안전을 살피고 철저한 준비를 위한 조치라고 이해된다. 그러나 학교교육은 그 무엇보다도 공동체 생활을 배우고 익히는 유일한 곳이 분명하다. 수학여행과 수련활동은 교육활동의 장으로 그 교육의 가치와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그러므로 수학여행을 폐지하자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이번 사고를 교훈으로 안전시스템을 개혁하는 계기로 만들어야한다.

안전시스템 개혁하는 계기 돼야

그리고 획일적인 초·중·고 수학여행이나 수련활동에 대한 지침을 개선하고 소수의 자율적 동아리 활동과 각기 다른 테마별 여행을 실천하기 위해 학생과 교사들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 엄청난 충격과 슬픔을 딛고 이겨나가려면 슬기로운 지혜와 사랑과 인내의 힘이 필요하다.

분노를 억제하고 고통을 견뎌내도록 서로를 위로하고 성의껏 도와야 하며, 대통령만 고개를 숙일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고개를 숙여야 한다. 그래야 부끄러운 죄를 다소나마 씻을 것이다.

이명규 백영고 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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