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원전 충실하면서도 파격적인 폴란드 연극 ‘맥베스’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 욕망이 누군가를 해치면서까지 충족시켜야 할 지경에 이르면 탐욕은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고 종국엔 인간성을 파괴한다.

지난 14일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상연된 폴란드 오폴레극장의 연극 ‘맥베스’는 오물처럼 흘러넘치는 탐욕의 본성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한 작품이다. 영국의 대 문호인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대표작을 외형적으로 비틀고 있는 이 연극의 무대 및 스토리 연출은 3류 깡패들의 암투극을 담은 느와르 영화를 방불케 한다.

배경도 과거 중세시대가 아닌 외산영화 ‘대부’ 시리즈나 ‘화양연화’, 국산작 ‘비열한 거리’ ‘사생결단’에 등장하는 현대 환락가와 뒷골목으로 옮겨 왔다. 그래서 관객들이 느끼는 현실감은 더욱 리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중 대사는 셰익스피어의 구어체를 그대로 가져왔다. 공연 내내 배우들은 자신들의 모국어인 폴란드어로 -간간히 “아빠 안죽었어” “X발 꺼져” 등 우리말이 나오긴 하지만- 연기했지만, 무대 양쪽에 배치된 모니터상 한영 자막을 통해 공연의 내용은 원전에 충실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는 마치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왕권이란 대업을 다투는 가신그룹의 암투극과 3류 조직폭력배들이 두목자리를 두고 벌이는 이전투구 사이에 차이점이 대체 무엇이냐는 연출자의 조소를 시사하는 듯 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권모술수는 물론 심지어 정적을 숙청하는 현 정치권의 암투와 동네 깡패 두목이 되기 위해 졸개들이 벌이는 패싸움은 권력을 향한 인간의 ‘끝간데 없는 탐욕’이란 공통분모에서 크게 다르지 않듯이 말이다.

작품에는 살인, 강간, 매춘 등을 거의 날 것 그대로 형상화한 퍼포먼스가 적나라하게 연출된다. 심지어 오럴섹스까지 등장한다. 오폴레극장의 다음 순회공연은 터키에서 예정됐지만, ‘맥베스’는 아니다. 아시아 초연작이었던 오폴레의 ‘맥베스’가 언제 다시 내한할지는 알 수 없으나, 공연을 볼 기회가 생긴 관객이라면 파격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감상하기 바란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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