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이제는 인천AG가 감동 줄 차례

#1936년 베를린올림픽 - 암흑 같았던 일제 강점기, 손기정이 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한민족의 기개를 세계만방에 떨쳤다. 그의 옆에는 동료이자 친구 남승룡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가슴에는 태극기 대신 일장기가 달려있었으며, 외신은 그들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1948년 런던올림픽 - 일제 36년의 아픔을 뒤로 하고 우리나라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최초로 출전한 올림픽 대회다. 역도의 김성집과 복싱의 한수안이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해방된 조국 ‘코리아(Korea)’를 세계에 널리 알렸다.

#1952년 헬싱키올림픽 - 전쟁의 참화 속에서 출전한 대회였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전국적인 모금운동을 통해 겨우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역도 김성집과 복싱 강준호가 동메달을 따내면서 전쟁으로 깊은 시름에 잠겨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새로운 용기를 심어줬다.

올림픽으로 국가 위상ㆍ국격 높여

#1958년 동경아시아경기대회 - 해방이후 처음으로 일본에서 열린 대회로 우리나라 선수단의 각오도 남달랐다. 인천이 낳은 불세출의 사이클 영웅 이홍복은 대회 2관왕에 오르며 일본선수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세워준 일대 쾌거였다.

#1964년 동경올림픽 - 한반도 분단의 아픔을 아로새긴 대회로 기록되고 있다. 전쟁으로 생이별을 해야 했던 북한 육상 선수 신금단과 월남한 아버지 신문준씨가 대회기간 중 극적으로 상봉하면서 한반도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단 7분간 주어진 부녀상봉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했다.

한편 인천출신 장창선은 레슬링 종목에서 올림픽 최초로 은메달을 따냈다. 이후 장창선은 1966년 미국 톨레도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우리나라 스포츠 역사에 신기원을 열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 우리나라 올림픽 첫 공식 금메달이 나왔다. 가슴에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들고 환하게 웃으며 금메달 시상대에 오른 양정모의 모습은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어야 만 했던 손기정과 대비되면서 감동의 깊이를 더해줬다.

# 1984년 LA올림픽 - 우리나라 선수단은 모두 6개의 금메달을 따내면서 온 국민을 환호와 흥분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대한민국은 일약 스포츠 강국으로 부상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 올림픽을 개최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에게는 대단한 자부심을 심어줬다. 우리나라의 위상과 국격도 한층 높여줬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의 저력을 과시하기에 충분했다.

#1998년 방콕아시아경기대회 - 1997년 12월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편입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1997년 5.8%였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5.7%로 떨어질 정도로 경제위기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방콕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했던 우리 선수단의 활약은 IMF로 힘들고 지쳐있던 국민들에게 감동과 위안을 안겨줬다. 한편 이때를 맞춰 당당히 세계무대에 등장한 야구 박찬호와 골프 박세리는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이 돼 주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 남북한 선수단의 동시입장으로 우리 민족과 세계를 감동시킨 대회였다. 이날의 감동은 이후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의 남북한 동시입장으로 이어졌다. 스포츠가 남북화해와 협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 북한 응원단이 연일 화제를 몰고 다녔다. 북한 응원단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남북이 하나 돼 펼친 응원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이후 북한응원단은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와 2005년 인천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도 방문했다.

인천AG 좌절 빠진 국민 위안 줄것

그동안 스포츠는 우리 국민이 좌절과 실의에 빠져있거나 힘들고 지쳐있을 때, 나라와 민족이 전쟁과 분단, 경제위기로 아픔을 겪고 있을 때 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심어줬다.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120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세월호 참사로 깊은 슬픔에 젖어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위안을 주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북관계 회복의 돌파구가 되어 줄 차례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안겨줄 감동이 기대된다.

김도현 인천시체육회 사무처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