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야”. 참으로 답답하다. 바다고 육지고 가리지 않는다. 또 안전불감증이다. 세월호 참사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수십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하는 대형 화재가 발생해 국민들의 불안지수의 끝이 어디인지를 모르게 하고 있다.
진도 앞바다에 여전히 16명이 잠겨있는 상황에서 지난 26일 고양종합터미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는 7명이 숨지고 41명이 부상당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화재는 용접공사를 하면서 도시가스로 불똥이 튀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재는 실내 에스컬레이터 통로를 통해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지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문제는 용접작업을 하면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데다 방화셔터와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대피 안내방송도 일부 층에서만 이뤄지는 등 안전불감증이 겹쳐 피해를 키웠다. 인재(人災)인 것이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자 이번에는 전남 장성에서 사고가 터졌다. 한 요양병원에서 불이나 환자 20명과 간호조무사 1명이 숨졌다. 화재 원인은 정신이 온전치 못한 80대 환자의 방화로 좁혀지고 있으나 관리자가 간호조무사 1명에 불과했다니 이도 사전에 대비책을 마련치 않은 인재다.
끝이 없다. 27일에는 시흥ㆍ안산시 시화공단에서, 28일에는 서울 용두동 홈플러스 동대문점 주차장에서 불이 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앞서서는 열차 사고가 잇따라 수많은 승객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지하철2호선 왕십리 역에서 추돌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1호선 석수역에서도 ‘펑’ 소리와 함께 열차가 멈춰섰고, 끝내 코레일 수도권서부본부 의왕오봉관리역에서는 작업중 직원이 열차사이에 끼어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역시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사고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사건사고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올 4~5월은 유독 심해 이번에는 또 어디서 어떤 사고가 일어날 지 불안을 넘어 공포스럽다.
이같은 인재는 무관심과 복지부동(伏地不動)이 키워내 사회 곳곳에 만연한 무사안일(無事安逸) 주의가 가장 큰 원인이다. 개개인은 생활속에서 발견되는 위험요소들을 그대로 보아 넘겼고, 공무원이나 시설관리자들은 문제점을 파악하고도 ‘설마’라는 인식 속에 문제를 야기하기 싫어 바로잡는데 등한시한 결과다.
유비무환(有備無患), BC 5~4세기 무렵 중국 춘추시대 소수국들의 전쟁이 한창 진행중일 때 진(晉)나라의 사마위강이 한 말이다.
그는 12개 국가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전쟁과 침공을 일삼자 뛰어난 외교술로 이들 나라의 ‘화친’을 도모, 진의 통일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편안할 때에 위기를 생각하라(居安思危). 그러면 대비를 하게 되며(思則有備), 대비태세가 되어 있으면 근심이 사라지게 된다(有備則無患)”
비록 춘추시대 전쟁과정에서 한 말이지만, 작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비추어 보면 대오각성(大悟覺醒)의 명언이 아닐 수 없다.
거총사위(居寵思危ㆍ영화를 누리고 있을(높은 지위에 있을)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라는 뜻)도 맥을 같이 한다.
우리 국민들은 이 명언을 아마도 초등학교나 중학교 이전에 모두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배움이 지식에만 그쳤지 실천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배웠으면 실천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지식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을 서둘고 있다. 잘못에 대한 벌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벌을 받고 잘못을 깨우쳐 실천하는 것은 더더욱 중요하다. 이번 조직개편이 또다시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지 않고 배움을 실천으로 옮기는 깨달음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정일형 사회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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