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의 문화예술을 위해 일하고 있는 필자는 경기도지사와 용인시장의 문화예술에 대한 공약을 살펴보기 전에, 작금의 현실부터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월호 같은 엄청난 사건도 문제지만 기본적으로 힘든 경제상황이 모든 분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조건 문화예술에 대한 배려만 외쳐야 하는가?
자, 잠시 기본으로 돌아가 보자. 일찍이 문화강국을 지향했던 백범 김구선생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문화예술은 어려운 시기마다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안겨주는 역할을 했다. 다행히도 현 정부의 문화융성에 대한 의지는 강하다. 하지만 체감온도는 낮다.
일방적인 지원정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늘 전국방방곡곡에 문화융성의 물길이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교류형 문화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각설하고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용인문화재단의 경우, 포은아트홀 개관을 앞두고 예산부족으로 개관식 자체가 어려웠었다. 바로 그때,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재능 봉사를 자원했다. 정말이지 그때, 출연료는 커녕 연습식대 정도만 지원받고 개관식을 위해 봉사했던 시민예술가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연습식대를 모아 군악대와 극장 스탭들에게 간식을 제공한 수지여성합창단과 김혜정 무용단, 아무런 불평 없이 축하 공연을 위해 시간을 낸 용인고 학생들까지. 그렇게 포은아트홀은 시민의 봉사를 통한 문화예술의 힘으로 개관할 수 있었다.
그후, 경제적 여건은 더욱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용인예총 소속의 전문예술가들이 나섰다. 포은아트홀을 비롯한 여러 문화공간에 용인의 예술가들이 ‘용인예술을 열다’라는 주제로 하나로 뭉쳤다. 국악협회의 공연은 물론 시각예술분야까지 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용인예술가들의 모습에 힘입은 용인문화재단은 용인예총과 함께 다양한 사업을 개발했는데, 그중에서도 문예회관 레지던시 공간과 포은아트갤러리 개관이 기억에 남는다. 역시 진행과정에서 예산 문제에 부딪혔지만, 이번에는 경상비를 아끼고 성과급까지 반납한 문화재단 직원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렇게 용인의 문화예술은 문화재단과 시민과 예술가들이 봉사하고 소통함으로써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고 있다. 문화예술에 의한 소통의 힘은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왔고 그 결과, 예술 봉사를 기본정신으로 탄생한 용인 거리아티스트, 공간 기부를 통한 용인농협과 함께 찾아가는 예술교육, 포은아트홀 대표공연으로 자리 잡은 일동제약과 함께하는 마티네 콘서트, 삼성전자와 함께하는 용인지명탄생 600주년 특별 공연 등을 속속 탄생시켰다.
어쨌든 경기도와 용인의 경우 2014년도 문화예술 분야의 예산이 상당히 감액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돈보다 위정자들의 공감과 의지이다.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문화예술인들의 의지마저 꺾는 정책이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경우만 없다면, 문화예술은 자연스럽게 이 시대의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필자는 작금의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고통스럽고 힘들기에, 지난 시절 어려울 때마다 문화예술의 힘으로 일어선 예술가들의 혼을 떠올려본다. 이제 그 예술혼으로 이 사회를 치유해야 할 차례이다. 우리 모두 이 시대의 문화예술인이라면, 그 어떤 변명이나 이유도 필요 없이 그 치유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김혁수 용인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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