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남한산성의 세계유산적 가치

감격과 흥분 그 자체였다. 지난 몇 년간의 시간이 마치 어제인 것처럼 모든 것이 찰나로 지나갔다. 정신을 차리면서 나를 비롯한 경기도 대표단은 세계 각국에서 온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진심어린 축하인사를 받았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 월드컵에 전 세계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지금 열사의 땅 카타르에서 개최된 제3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남한산성이 우리나라에서는 11번째, 경기도에서는 수원화성과 조선왕릉에 이어 3번째로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남한산성은 외세에 대항한 우리 조상의 슬기와 염원, 피땀이 진하게 배어 있는 호국정신과 자주정신의 상징이었으며, 수백 년 대를 이으며 주민들이 살고 있는 유산이다. 아름답게 펼쳐진 소나무 숲은 일제 강점기에 산성리 주민들이 심고 가꾸어온 수도권에서 몇 군데 남아있지 않은 소중한 자연 유산이기도 하다.

그러나, 남한산성은 안타깝게도 병자호란, 닭백숙, 서울 근교 유흥지로만 인식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우리들의 기억 속 남한산성이 어떤 면에서 세계유산으로서 인류가 보호해야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가지는 것일까?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채택한 남한산성의 세계유산으로서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는 두 가지로 동아시아 도시계획과 축성술이 상호 교류한 군사유산으로 조선왕실의 보장처이자 조선 고유 산성건축의 결정체란 점이 하나이며 자연지형과 인공 방어시설을 통합한 요새이자 동아시아 산성 방어 시설의 완전성과 방어 체계의 독특성을 갖춘 산성건축의 원형과 시대별 발달을 보이는 교본이란 것이 또 하나다. 남한산성은 조선시대의 군사과학기술에 있어 총체적 결정체였던 것임을 전 세계가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결코 우연히 얻어진 성과물은 절대 아니다. 지난 수 년 동안 경기도는 남한산성에 대한 과감한 제도개선과 지원을 아낌없이 쏟아왔다. 2009년 전국 최초로 민간 주도의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을 만들어 남한산성 문화재 관리권한을 과감하게 이양하면서 남한산성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 후, 2010년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와 함께 2012년 남한산성 행궁을 100년의 기다림과 10년의 복원 끝에 복원했으며, 허물어졌던 성벽과 퇴락해가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정비하면서 남한산성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찾기 위한 연구와 조사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차질 없이 추진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경기도의 노력과 준비에 대한 평가가 바로 남한산성의 세계유산 등재로 열매 맺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한산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기뻐할 일만 아닌 것이 한편으로는 인위적이며 상업적인 개발을 피하고 지속가능한 보존과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유산에 걸맞은 품격으로 남한산성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 관리보존활용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또한 수백 년 대를 이어 남한산성을 지켜온 주민들이 기쁜 마음으로 고유한 삶의 자취와 문화유산을 보존하도록 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되겠다. 나는 남한산성이 진정 사람, 역사,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세계인의 유산으로 세계인들이 함께 누릴 수 있게 된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

그 곳에 사는 주민들과 수많은 방문객들이 남한산성의 가치를 알고, 세계인의 문화유산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잘 보존하고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의무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고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고 가야 할 길이다.

김규상 경기도 문화유산과 문화유산활용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