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길은 있지만
어디에도 빛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흐르던 물줄기들이
건조하게말라붙어 그 바닥이 드러날 때
잃어버린 물줄기의 맥을 찾아
나는 타클라마칸의 사구로떠난다
물기 하나 없이 서걱이는 모래산맥 너머로
오래 전 잃어버린빛들을 모아
지상에서 가장 말갛게 떠오르는 사막의 달
비로소 작은 모래알들이 모여거대한바다로 출렁이고
놓쳐버린 길을묻는 길손들의 발등을 적신다
바람이 세웠다 부수는
풍화된 시간의낡은 탑들과 빛바랜생각들이
수만의 은비늘로 부서져 질펀한 원시의 달빛바다
신기루처럼사라져버려 그림자의 행방조차 알 수 없는
거대한 사막의 뜨거운 날숨위에
지난계절 상처들이 모여들어긴 등뼈를 세우는곳
타클라마칸에 밤이 오면
그 어둠을 딛고깨어난 달빛을 밟고사람들은
목적지도 묻지 않는 항해를
다시 시작한다
임애월
제주도 출생. 계간『한국시학 편집주간』국제PEN한국본부 ·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수원시인협회 부회장 <경기문학인 대상> 등 수상 시집 『정박 혹은 출항』『어떤 혹성을 위하여』등 경기문학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