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성주간과 성별 고정관념

매년 7월 첫주는 ‘여성발전기본법’에 의해 지정된 여성주간으로 전국에서 여성의 지위향상과 권익보호를 위한 행사가 펼쳐진다. 통계청에서도 매년 여성주간을 앞두고 여성들의 부문별 모습을 조명하는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을 발표하는데, 이를 볼 때마다 여성의 사회적 위상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지난 6월 말 발표된 자료를 보면서도 많은 상념이 오갔다.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은 2009년부터 남학생을 앞서기 시작, 2013년에는 74.5%를 기록하며 남학생 대학진학률(67.4%)을 무려 7.1%p나 앞섰다.

또 공직자의 대표적 관문인 국가공무원 채용시험에서도 여성합격자 비율은 지난 13년간 2배 이상 늘었다.

여성 교육투자 효과 아직도 미비

5급 공채시험(행정고시)에서는 2000년 25.1%에서 2013년 46.0%로, 외무고시에서는 20.0%에서 59.5%로, 사법시험에서는 18.9%에서 40.2%로 그 비율이 늘어 이제 시험을 통한 채용에서는 성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교육투자의 효과뿐만 아니라 1996년 공무원시험에 처음 도입된 여성채용목표제의 효과가 아닌가 싶다.

이러한 괄목할 만한 성장에 비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는다. 2000년에 48.8%이던 여성 경제활동참가률은 2013년에도 50.2%에 머물러 남성의 경제활동참가률(73.2%) 보다 무려 23.0%p나 낮다.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이 남학생을 추월한 지 4년이나 지났는데도 교육투자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물론 대학진학률의 효과를 보려면 졸업 때까지의 기간을 감안해야 한다고 해도 30~39세 연령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뚝 떨어지는 M자형을 탈피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 같다. 올해 통계청 자료에서 2000년과 달라진 점을 찾는다면 M커브가 많이 둔화되었고, M자의 최저지점 연령대가 30~34세에서 35~39세로 늦추어졌다는 점 외에는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자료에는 M자형 곡선과 유관할 것 같은 흥미 있는 조사결과가 포함되어 있다. 미취학 자녀가 있는 여성 10명중 9명(90.9%)이 ‘직업을 가지는 것이 좋다’는 견해를 보였는데 여성의 취업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72.8%가 ‘육아부담’을 꼽았다는 점이다.

사실 정부는 저출산문제 해소와 여성들의 취업지원을 위해 2012년부터 0~5세의 모든 영유아에 대해 어린이집 이용 보육바우처나 가정양육수당을 지원하고 있다. 자녀양육에 대한 국가적 책무수행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률에도, 여성의 경제활동률에도 별 변화는 없다.

얼마 전 참여한 여성학회에서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논문을 발견했다. 국내 한 대학의 행정학 박사가 기혼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정책이냐 인식이냐를 놓고 분석한 것인데, 연구자는 2012년 실시된 한국복지패널 자료를 활용해 막내자녀가 12세미만인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노동시장 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살펴봤다. 분석결과 가장 유의미하게 작용을 하는 요인은 엄마역할에 대한 인식이었고 보육정책의 영향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자는 그러한 실증자료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 같이 결론을 지었다. “한국에서는 아이의 양육은 물론 아이의 교육 및 성취가 엄마의 성과와 등치된다. 아이의 성취는 엄마의 성취이며 아이의 실패는 엄마의 실패이며, 엄마에게 실패의 책임을 묻는다.

한국의 기혼여성의 연령이 많든 적든, 많이 배웠든 적게 배웠든, 사회적인 계층이 높든 낮든 상관없이 ‘엄마의 부재’가 아이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두려움을 균일하게 느끼고 있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상당수의 엄마독자들이 공감하리라고 본다.

보육정책보다 인식변화 먼저돼야

올해로 19번째인 여성주간을 맞아 여러분에게 취업여성들이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왜 더 힘들어 하는지 진중하게 고민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그리고 무상 보육서비스와 같은 정책적 요인보다 우리가 남녀역할에 대해 갖고 있는 내재화된 성별 고정관념, 즉 인식의 문제가 더 큰 요인은 아닌지 살펴보자고 덧붙이고 싶다. 다양한 여성주간행사를 통해 뿌리 깊은 우리의 고정관념에도 변화가 생기기를 희망해 본다.

박숙자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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