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지장산 지킴이’ 윤지선 할아버지
포천에 있는 지장산 지킴이로 통하는 윤지선 할아버지(76)는 지난 35년간 산 입구에 소박한 집을 짓고 산과 함께 숨 쉬며 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장산을 지키고 있다.
지장산을 자주 찾는 주민들은 윤 할아버지를 해발 877m인 지장산의 장엄한 위용과 잘 어울리는 산신령 모습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주대할 때면 정말로 그의 맑은 얼굴과 하얗고 덥수룩한 턱수염에서 산신령의 기품이 느껴진다.
윤 할아버지는 지장산 지킴이답게 수시로 산을 오르내리며 자발적으로 산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다. 포천시와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받은 상장만 여러 개다.
그는 산불을 감시하면서 최근 들어 기승을 부리는 ‘산야에서의 약재와 나물 등의 임산물을 무분별하게 채취하는 행위’와 ‘야생동물 밀렵’ 등을 감시한다. 보수를 받는 것도, 그렇다고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데 자연과 환경을 훼손하는 파렴치한 행위자에게는 용서가 없는 무서운 할아버지로 유명하다.
그런 할아버지가 어려운 이웃에게는 따뜻한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윤 할아버지는 지장산에 정착할 당시 중증 장애를 지닌 아들과 함께 포천으로 이사와 어렵게 살아가는 임 할머니(71)와 인연을 맺었다.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듣고 적극적으로 나서 할머니를 자연발생유원지 매표원으로 일할 수 있게 도와준 데 이어 자신이 운영하는 방갈로 수익금까지 보태 장애 아들이 학교를 무사히 졸업할 수 있도록 돌봐주고 있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임 할머니가 지난해 눈길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자 할아버지가 앞장서 할머니가 사는 창수면 운산리 주민 50여 명을 설득해 성금을 모으고, 사회복지기관 등에 도움을 청해 3개월간 치료비 3천800여만 원도 해결해줬다.
산을 지키며 자연과 호흡하다 보니 2년 전 발병한 ‘흉선암’이 달아났다며 너털웃음을 짓는 윤 할아버지.
“산이 좋아 산에서 살면서 산을 지키는 것이 천직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지장산 지킴이로 살고 싶다”고 말하는 지장산 지킴이 윤 할아버지의 모습이 인자한 산신령의 모습, 그 자체였다.
포천=안재권기자 ajk850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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