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무대연출에 못미친 밋밋한 스토리
그런데 관객들의 반응이 그렇지가 못하다. 박수는 쏟아졌으나, ‘어쩐지 지루했다’는 감상평이 적잖이 들렸다.
쉬는 시간, 옆자리에 앉은 관객들의 대화에서는 “보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기대만큼 시원치가 않다”는 등의 말이 들려왔다. 프랑스 왕실의 전성기가 눈앞에 펼쳐졌는데, 객석에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 이유를 고민하면서 2부 공연을 감상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패착은 밋밋한 스토리였다. 물론, 2시간 안에 루이 14세 철권통치 시절을 모두 담아내는 게 벅찰 수야 있다. 그래서 내러티브의 뼈대 역할을 할 작가의 상상력과 주제를 담은 극본이 있는 것이다.
이야기는 ‘왕의 여자’ 마리와 몽테스팡 부인, 프랑소와즈와의 치정 관계에 의존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유약한 왕에서 세계를 호령하는 위대한 통치자로 성장하는 루이 14세의 모습을 기대했다. 그러나 작품 속 루이 14세는 사랑놀이에 빠진 카사노바 같아 보였다.
등장인물 간 갈등과 해소 과정은 권선징악 수준으로, 이마저도 세밀한 묘사가 아쉬웠다. 화려한 왕과 여인들의 사랑 연출에 치중한 나머지 역사의 줄기인 마자랭경의 악행에 대한 묘사와 충신 보포르 공작이 누명을 쓰고 벗는 과정이 너무 축약된 느낌이다.
주인공 안재욱의 성량은 애처로운 수준이었다. 20년간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해온 한류스타에게 수준급 연기는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9개 앨범을 낸 5집 가수로서의 위엄이 무색하게도 저음에서 불안정한 음정을 노출했고, 고음처리는 갈라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다만, 김소현(마리 역), 이소정(몽테스팡 역) 등 실력파 뮤지컬 배우들의 탁월한 성량과 연기력은 볼만했다. 연회마다 등장하며 흥겨운 분위기를 이끈 루이 14세의 동생 필립(김승대 분)의 재기 발랄한 위트와 팔색조 연기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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