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방식으로 블루레이로부터 고화질로 추출한 파일도 있고, 유료로 서비스되는 IPTV를 통하거나 인터넷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녹화하여 유출되는 파일도 있다. 이 밖에도 간혹 외국 개봉을 위한 시사용 버전이 돌아다니는 경우도 있고 DVD 발매 등을 앞두고 자막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유출되는 사고도 있다.
이런 불법복제 파일 중 영화사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심각한 파일은 아마도 ‘캠 버전’일 것이다. ‘캠 버전’은 말 그대로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를 캠코더 같은 녹화기기로 찍어서 유출되는 파일을 가리킨다. 간혹 그림자가 지나가기도 하고 화질도 다른 버전에 비해서 현저히 떨어지지만 상영 중인 영화를 바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요가 있다.
시간적으로도 극장에서 상영 중일 때 배포되므로 영화사의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극장 수입에 당장 타격을 입히게 된다. 예전에는 녹화기기의 크기가 커서 극장 출입 시에 적발하기가 그나마 쉬웠겠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으로도 가능하므로 사전에 막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얼마 전 영국에서는 저작권 침해를 우려해서 극장협회 차원에서 구글 안경을 착용하고 극장에 들어오는 것을 금지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영화사들은 극장 개봉으로 시작해서, IPTV 등 유료 TV 서비스, DVD 블루레이 발매 등에 이르는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 DVD에도 지역코드를 두어 서로 다른 지역에서 발매된 DVD는 재생되지 않도록 하여 지역적인 극장개봉 시기의 차이에 따른 수익감소에 대비해 왔다. 먼저 영화가 개봉돼 DVD까지 나온 경우가 있다면 이제 개봉되는 지역에서는 DVD가 재생되지 않도록 하여 극장 수요를 지키려는 것이다.
요즘 들어 세계 동시개봉이나 한국 최초개봉이 많아진 이유 중의 하나로 불법 다운로드가 꼽히기도 한다. 이렇게 ‘도촬(盜撮)’을 포함한 불법파일 유출은 영화산업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개봉을 앞둔 ‘익스펜더블3’라는 할리우드 영화의 고화질 파일이 인터넷으로 유출돼 유출된 지 24시간 만에 세계적으로 18만 회가 넘게 다운로드가 됐다는 뉴스도 있었다. 영화사가 입을 피해의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몇 년 전 우리 영화 ‘해운대’도 중국 개봉을 앞두고 파일이 유출돼 큰 손해를 입었던 사례도 있다.
저작권법에서 보면 허락 없이 극장에서 영화를 복제해 유포하는 행위는 복제권이나 전송권을 침해하는 저작권법 위반이 된다.
그에 더하여 우리 저작권법은 ‘누구든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영상저작물을 상영 중인 영화상영관 등에서 저작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녹화기기를 이용해 녹화하거나 공중송신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미수범도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영화산업이 발달한 미국에서부터 규정되기 시작해서 많은 나라들이 비슷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우리 저작권법에는 2011년에 도입됐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져 유포되는 ‘캠 버전’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영화들은 최근 개봉 후반이나 상영 종료 후에 IPTV 등으로 서비스되는 과정에서 유출되는 경우가 잦다.
권리자와 관계 기관이 협력해서 유포를 막는 기술적인 대응도 병행돼야겠지만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창작자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또 극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감동을 나누는 재미를 지키려는 마음으로 ‘캠 버전’을 찾지 않았으면 한다.
김혜창 한국저작권위원회 방콕사무소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