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

남북분단의 아픔 절절히 드러내 열창 무색케하는 대사 전달력 아쉬움

지난 1997년 1월, 작가 박상연이 소설 ‘DMZ’를 발표했다. 남북 판문점 경비병들이 우정을 나누는 파격적인 설정의 이 문제작은 당대 문단에서 현실감이 떨어진단 혹평을 받았지만, 이듬해 발생한 김훈 중위 사망사건으로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이 소설을 토대로 만든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해빙무드 속에 통일이 눈앞에 온 듯이 느껴졌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10여년 흘렀다. 지난해 말 동명의 뮤지컬이 대학로에서 초연됐고, 지난 9일 고양어울림누리에서 상연됐다.

물결치는 남북 정세 속에 각 작품이 대변하는 시대정신도 변해왔지만, 우리의 분단 현실만큼은 변함이 없다.화해는커녕 갈수록 경색 일변도로 치닫는 분단 현실은 시종 어두운 무대 분위기로 구현된다. 첫 장면부터 남북 군인복장의 배우들이 무대 한복판에 일렬로 등장해 양쪽으로 갈라지며 대치해 관객의 가슴을 찢어놓는다. 작품의 발단은 남한 사병이 북한 사병을 사살한 사건이다.

하지만, 희생된 북측 사병과 사건 현장에 있었던 3명의 남북측 사병은 서로 긴 시간 우정을 나눈 사이여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 아무리 친형제같은 사이라도 현실은 비상시에 서로 총을 겨누게 만든다. “우리 이렇게 얘기하다가도 전쟁 터지면 서로 쏴야 하는 거 아냐?(남측 김수혁)” “기거이 말이라 하고 있네? 내 너 생명의 은인이야. 넌 나 쏠 수 있간?(북측 오경필)”이란 대사가 이들의 현실적 아픔을 대변한다.

무대는 탁자와 의자, 철책 구조물 만으로 단출하게 구성됐다. 이를 때로는 취조실로, 때로는 북측 초소 우정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연출은 무대의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김수혁과 오경필이 중립국 수사관 베르사미에게 사건 진술을 하는 장면에서 다른 배우들이 옆에서 사건을 재현하는 이중적 무대 연출은 마치 영화의 회상씬을 보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냈다. 하지만 배우들의 넘버 열창 속에 뭉그러진 대사들은 관객이 흐름을 이해하는데 장애가 됐다. 발음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지만, 보다 세밀한 음향 연출이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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