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풍속도는 달라졌지만 대형마트서 느낄 수 없는 푸근한 인심ㆍ정겨움 ‘여전’
1960년대 초 신문에 실린 추석선물 광고상품들이다. 요즘 같아선 선물 축에도 끼지 못할 것들이, 훈훈한 명절선물이 돼 따뜻한 정과 함께 주고받던 과거가 우리에겐 분명 있었다. 우리나라 특유의 명절 정(情)문화는 통조림, 조미료, 하모니카, 전기밥솥, 화장품, 아동장난감 등을 시대별 인기 아이템을 거치면서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38년 만에 가장 이른 올 ‘여름 추석’도 예외는 아니다. 추석은 풍성한 음식, 그리운 고향방문,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반가운 연휴다. 우리를 설레게 하는 추석 보름달은 그대로인데, 추석을 보내는 방식은 변해도 정말 많이 변했다.
“추석이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세 식구 살기도 팍팍한데 얼굴도 모르는 조상님 명절상 준비에 죽을 지경”(수원에 사는 주부 K씨)이라는 ‘억지춘향형’, “지난주 벌초와 성묘를 끝내고 와서 추석 명절에 홍콩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올 계획”(안양에 사는 회사원 P씨)이라는 ‘룰루랄라 해외파형’, “맞벌이 하는 큰아들네 집에서 차례를 지낼거라 버스타고 서울에 갈 것(전주에 사는 L씨)”이라는 ‘역(逆) 귀성형’, “친척들로부터 ‘결혼 언제 할 거냐’는 잔소리가 듣기 싫어 아예 큰집에 안 가고 싱글 친구들과 호텔에서 1박 할 예정”(서울에 사는 J씨)이라는 ‘은둔형’ 등 그야말로 가지각색이다.
이렇듯 추석은 차례상을 준비해 조상의 덕을 기리고 정이 담긴 음식을 나누며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전통’이 아니라, 기호에 따라, 연령에 따라, 성격에 따라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일종의 ‘즐기는 문화’로 진화하고 있다.
시대 흐름에 따라 인기 명절선물이 변하듯 추석을 지내는 풍습이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추석 풍경이 변하고, 저마다 의미가 다르겠지만 전통시장이 주는 풍요로움은 여전하다. 따라서 이번 추석에는 옛 추억이 묻어있고, 상인의 넉넉한 인정까지 느낄 수 있는 도내 재래시장에서 명절 분위기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경기도내 전통시장은 5일장을 제외하면 총 157곳이 있다. 이중 성남 모란시장이나 수원 못골시장, 용인중앙시장, 광명재래시장 등지는 전통시장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옛 정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처럼 깔끔한 점포에서 여유롭게 카트를 끌며 편하게 보는 장은 아니지만, 정부도 명절을 맞아 74곳의 재래시장 주변에 주·정차를 허용한다고 하니 이전보다 쾌적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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