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보료 체계 자활의지 꺾는 서민의 멍에

1963년 의료보험법이 제정되고 1977년 5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에 대한 의료보험이 실시된 이후,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을 실현한 한국의 의료보험 역사는 독일, 영국, 일본에 비해 그 역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UN의 2차 새천년프로젝트의 중심과제인 보편적 건강보장의 롤모델로서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를 주목할 만큼 공적건강보장체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 내부를 들여다보면 일부 운영시스템과 건보료 부과체계 등에 문제를 노정하고 있다. 특히 건보료 체계와 관련해서 직장피부양자의 건강보험료가 아예 없거나, 지역가입자가 직장가입자보다 훨씬 더 많은 부담을 하는가 하면, 실직자나 퇴직자의 경우 소득이 없음에도 오히려 보험료가 더 많이 부과되는 등 형평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어 왔다.

따라서 정부는 건강보험료 부과 방식을 제도시행 37년 만에 ‘소득중심’으로 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개선기획단은 ‘건보료부과체계 개선안’을 지난 9월 11일 발표했다.

주요내용은 지역가입자는 현재 소득, 재산, 가족전체의 성, 연령과 자동차보유여부 등으로 보험료를 부과해 왔지만 앞으로는 소득과 일정정도의 재산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게 된다. 직장가입자는 현재 임금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소득의 5.99%)를 내지만 앞으로는 임금 외에 별도의 사업소득과 연금소득, 금융소득이 있으면 그 소득에도 보험료를 부과하고, 또한 피부양자는 지금까지 건보료를 내지 않았지만 일정한 소득이 있을 경우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보험료 부과방안에 대해 임금소득 외에 소득이 있는 직장인들은 건보료가 올라가고 실직이나 퇴직한 이들 또는 소득과 재산이 적은 이들은 건보료가 내려갈 전망이다. 따라서 건보료를 더 부담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이러한 제도개편이 반가울리 없다. 그래서 향후 모든 국민들을 직장-지역-피부양자를 나누지 말고 아예 가입자 단일체계로 하여 과세소득에 따라 부과할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렇게 부과체계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보험료를 더 부담하거나 덜 부담하는 차이가 발생하겠지만 자신의 소득에 정당한 부담을 하지 않았던 비정상이 정상화되는 것이지 일부 더 부담하게 될 계층을 의식해서 수적으로 훨씬 더 많은 중산이하 저소득층의 고통을 더 이상 간과할 일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정부나 정치권은 건보료 부과체계 혁신을 더 이상 뒤로 미루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차제에 과감한 제도 개혁으로 건강보험 관리운영체계 전반의 관련 해묵은 과제들을 해결하는 계기로 승화시켜야 한다.

/김형수 용인지역자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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