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경찰서 교통과 정병진 경위 “따뜻한 국수로 어르신 마음까지 채워요”

어르신을 위해 복지관에서 5년을 꾸준히 봉사에 매진해 온 경찰이 있다.

주인공은 시흥경찰서 교통과 외근 3팀장을 맡고 있는 정병진(46) 경위.

정 경위는 2010년부터 시흥시 거모동에 자리한 거모종합사회복지관을 방문, 매주 토요일 점심을 온전히 어르신을 위해 쓰고 있다. 출출한 어르신의 속을 따뜻한 국수 한 그릇으로 채워 드리고 있는 것.

그래서 어르신들 사이에서 정 경위는 ‘국수쉐프’로 통한다.

베테랑 쉐프로 주방을 책임지는 정 경위는 무를 크게 토막 내고 멸치와 다시마를 함께 우린 육수를 내고, 150명의 국수를 삶아 상 위에 정갈하게 차려낸다.

어르신을 위한 따뜻한 국수나눔에 선뜻 나선 것은 고향인 전북 완주에서 홀로 사시는 어머니가 보고 싶다는 이유가 크다. 바쁜 일 때문에 자주 찾을 수 없어 매향 그리운 마음을 어르신들이 맛있게 국수를 드시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해주는 데서 채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

그 길로 복지관으로 달려간 그는 복지관 관계자에게 “작은 일이라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시작한 봉사가 벌써 5년째다.

하지만, 봉사현장에 막상 뛰어들자 맘처럼 쉽지 않았다고. 처음엔 그저 주방에서 요리한 국수 그릇을 어르신들께 배달하는 정도에 만족해야했다. 하지만 허드렛일을 도맡아 3년을 보내니 어깨너머로 국수 만드는 비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이제는 국숫집을 차려도 될 정도라는 칭찬에 어깨가 으쓱하다.

그는 “처음 주방일을 맡아 국수를 끓일 때는 국숫발이 덜 익어 야단을 맞고, 간이 안 맞아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교통 외근 업무를 하다 보면 부득이 봉사에 빠질 때도 있지만, 야근을 하더라도 아침이면 곧바로 복지관 주방으로 퇴근해 봉사를 이어간다”며 “국수를 맛있게 드시고 뺨에 발갛게 홍조를 띠는 어르신들의 흡족한 모습을 볼 때면 피곤함을 날아가고 보람을 느낀다”며 봉사의 즐거움을 강조했다.

정 경위는 “봉사에 무지할 때, 참 봉사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해 준 14명의 동료 봉사자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왔다”며 감사를 전했다.

사랑은 시나브로 오는 것. 아무 대가 없이 내놓는 국수 한 그릇의 의미를 전하는 정 경위의 어른 공경이 각박한 세상을 사랑으로 바꾸고 있다.

시흥=이성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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