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 반월공단 위대하고 고된 삶의 발자취따라

안산시가 40여년 가까운 기간 동안 국가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안산스마트허브(구 반월시화공단)’가 구조고도화 사업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함에 따라 산업 유물 등 발전사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안산산업역사박물관(이하 박물관)’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박물관 건립에는 총 250억원 가량의 사업비를 들여 스마트허브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전환하고 다양한 지역의 이주민들로 구성된 안산시민의 정주의식을 높일 수 있는 정서적 통합공간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산업단지의 발전 과정 및 스마트허브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제시하는 의미를 담을 방침이다.

지난 2007년 국제박물관협회(ICOM)는 박물관의 정의를 ‘소장품을 다루는 기관’에서 ‘사회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개방된 비영리 상설기구’로 수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2012년부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박물관을 시민 교육의 장은 물론 산업과 자연역사문화가 어우러진 ‘도시 휴식 공간’으로 조성해 나가기로 했다.

■ 안산, 이제는 문화에도 관심 가져야

1978년 20만 인구로 계획된 안산은 80만을 육박하는 대도시로 성장했으며 그만큼의 역사 또한 깊어졌으나 문화시설은 도시 규모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안산시에 소재한 공립 전시관은 면적 대비 타 지자체의 4분의1 밖에 되지 않고 그나마 규모가 작아 몰려드는 학생을 수용하기 어려운 실정으로 시 관계자는 “이제 안산은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며 “박물관 건립을 통해 안산에 대한 호기심을 높이고 지역사에 대한 연구를 활성화해 문화 도시로서의 안산에 대한 내실을 다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화랑유원지, 역사ㆍ문화·예술의 공간으로

박물관이 건립될 화랑유원지는 교통 시설이 집적돼 있어 관·내외 관람객의 접근성이 좋고 주변 문화 시설과의 연계성이 높아 무분별한 박물관 난립 방지를 위한 ‘문화체육관광부 공립박물관 사전평가제’와 ‘안전행정부 투·융자심사’의 승인을 거쳐 결정됐다.

화랑유원지는 안산의 도시 건설과 함께 생성된 역사적인 장소로 1978년 ‘반월신공업도시 도시설계(Urban Design)’ 당시 공단 근로자의 휴식을 위해 도시 내에 마련된 위락 공간으로 그동안 뚜렷한 정체성이 없었으나 이번 박물관 건립 추진에 따라 안산시 초기 도시 설계의 취지를 살린 ‘산업도시 안산의 상징적인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주변에 주거·교육 시설이 집적돼 있어 교육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산시는 현재 나대지로인 박물관 주변부지를 공원화해 화랑유원지의 녹지 비율을 높이고 주변 저수지와 연계해 화랑유원지를 자연과 역사·문화·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 박물관의 ‘미션과 방향’

산업역사박물관은 시민·근로자·기업이 양 방향으로 소통하는 장소로 제품이나 기술 발달사 등을 다루는 과학관 및 기업 홍보관과 달리 ‘안산의 산업 문화와 근로자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박물관으로 건립될 예정이다.

안산시는 전시 콘텐츠를 찾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안산스마트허브 입주 기업 소장 유물에 대한 조사 용역을 실시하고 있으며 유형 유물뿐 아니라 근로자들의 이야기와 스토리를 찾는 구술조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 함께 만들어가는 박물관

시는 박물관 건립에 시민과 기업의 참여도를 높일 계획이다.

‘시민과 기업이 함께 만들어가는 박물관’이라는 모토 아래 수동적인 참여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단지 내 기업전시관과 연계한 에코뮤지엄 조성, 객원 큐레이터 모집 등 시민과 기업이 박물관 건립·운영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박물관 운영비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 개정됨에 따라 공립 박물관 기부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후원의 밤을 개최하는 등 기업을 대상으로 ‘기부 문화’를 활성화해 시의 예산을 줄이고 지속적인 박물관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산=구재원기자

 

[인터뷰] 제종길 안산시장

시민·근로자·기업 의견 수렴 살아있는 산업역사 타임머신

박물관은 역사와 문화가 응축된 그 지역의 얼굴이자 문화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박물관 또한 사회의 정체성과 다양성 그리고 사회 통합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결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최근 박물관은 단순히 과거 유산의 보관처나 회고의 장소를 넘어 다양한 계층과 갈등이 소통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되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지역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정주의식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반월공단’을 기반으로 태어난 안산은 지난 35년 동안 인구 70만이 넘는 대도시로 성장했고 이제는 안산이 어떻게 변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나가야 할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지역의 역사와 유물에 대한 기록과 수집은 그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당대의 우리가 후대를 위해 해야만 하는 역사적 배려이자 책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안산산업역사박물관’ 건립을 앞두고 제종길 안산시장의 입장을 들어봤다.

Q 박물관 건립 준비과정은.

A 박물관 건립 준비는 건물을 짓는 것뿐 아니라 콘텐츠와 운영계획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난해 9월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시작으로 중기지방재정계획, 공유재산관리계획 등 필요한 행정절차를 완료했으며 지난 4월 문광부의 공립박물관 사전평가제와 7월 안행부 지방재정 투·융자 심사를 통과했다.

체계적인 유물 수집을 위해 지난 3월 안산시 기업관련 5개 단체와 ‘유물 수집 및 활용에 관한 MOU’를 체결했고 5월부터는 기업체 소장 유물에 대한 유물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건립 조직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지난 6월 건축, 전시, 유물 등 각 분야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안산산업역사박물관 건립자문위원회’를 조직했다.

산업역사박물관은 오는 2017년 9월 개관할 예정으로 앞으로 시민과 근로자, 기업,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박물관을 ‘사람 중심의 박물관’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Q 박물관의 운영 계획은.

A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하는 문제다. 이는 박물관이 ‘완결된’ 공간이 아니라 ‘완결되어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안산산업역사박물관은 시민과 근로자, 기업을 위한 평생 교육 및 휴식 공간으로 운영될 계획이며 연령대별 교육프로그램은 물론 기업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해 다른 박물관과 차별화할 방침이다. 또한 학술기관으로서 내실을 다지기 위해 안산산업역사 관련 조사 보고서를 발간하고 지속적으로 유물을 수집해 기획전시를 통해 시민에 공개할 계획이다.

Q 박물관 건립으로 부가가치 창출도 기대되는데.

A 세계적으로 산업박물관은 다양한 견학 및 체험 등을 통해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적지 않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아이치현을 찾는 1천150만명(2012년 기준) 가운데 300만명이 산업과 관련된 문화시설을 찾는데 그중에서도 도요타 산업기술기념관은 연간 37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명소로 꼽힌다.

안산산업역사박물관을 통해 지역 기업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 산업을 홍보함으로써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산=구재원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