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독서대전 & 군포시
단풍이 물들어가는 가을, ‘큰시민 작은도시’ 인구 29만의 군포시 중심에는 ‘책’이라는 물감으로 색을 만들어 전국에서 찾아온 수십만의 인파가 독서라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군포시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처음으로 주최하는 ‘2014 대한민국 독서대전’ 유치에 성공한 결과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군포시 전역에서 ‘책 세상’이 열렸기 때문이다.
전국의 책 읽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개최지 공모에서 당당히 선정된 군포시는 자체 책 축제 개최의 경험과 역량을 인정받아 이번에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공동으로 주관하게 됐다.
이번 개최성과는 전국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작은 도시 군포가 시정 책임자인 김윤주 시장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지역 작가들과 시민사회까지 모두 합심해 지역 특성을 살린 독서문화운동을 전개해 ‘책읽는 도시, 강소(强小)도시’로 성장했다는 공증을 받았다는 것이다.
■ 김윤주 시장의 무모한 도전이 기적으로…
‘책읽는 군포’가 탄생하는 동안에는 초졸 출신의 4선 김윤주 시장이 있었다.
가난한 집안 환경과 많은 가족들 때문에 변변하게 교육을 받지 못하고 노동자의 길로 들어선 김 시장은 어려운 생활 속에서 책을 접할 기회가 적어 화장실에서 찢어진 신문쪼가리를 읽으며 각오를 다졌다. ‘어려워서 책을 못 읽는 환경을 자식들에게는 물려주지 말자는’.
그는 군포시장에 당선되면서 조용히 책의 하드웨어격인 도서관과 미니문고를 지어나갔으며, 민선 5기 출범하면서 ‘책 읽는 군포’를 역점시책으로 추진했다.
시는 2011년부터 매년 가을 ‘책’을 주제로 한 축제를 개최했으며, 독서경영 체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업무 전담 부서를 과에서 국으로 확대·개편하는 조직 정비를 단행했다.
이에 지난 3년간 꾸준히 책 축제를 발전시킨 군포는, 드디어 올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를 유치하면서 독서의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 정부 주최 최초의 독서대전… 다양한 프로그램 제공
정부가 주최한 최초의 이번 독서대전은 ‘지금 책 읽는 당신, 책 세상을 연다’라는 책을 테마로 진행된 전 국가적인 행사로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출판·독서계, 교육계, 도서관계, 학계, 시민사회 및 독서진흥 단체, 작가, 아티스트 등이 함께 만들었다.
‘책’을 주제로 했지만, 2014 대한민국 독서대전도 엄연히 축제이니만큼 즐겁고 흥겨운 프로그램들이 가득했다. 책과 문화예술이 융합돼 시너지 효과도 발생했다.
행사의 개막 첫날에는 ‘책드림(Dream) 콘서트’가 열려 대표적 현대문학가인 소설가 조정래ㆍ시인 김초혜 부부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고, 카라ㆍ김태우ㆍ유리상자 등이 출연하는 가을밤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달굴 공연도 펼쳐졌다.
축제의 흥겨움과 유익함은 3일 내내 계속됐다.
‘공감포럼’,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의 ‘전국 독서동아리 한마당’, 경기도 사서협회의 ‘도서관과 장르문학 심포지엄’ 등 대한민국 독서 정책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 토론·학술 분야 행사가 연일 이어졌다.
또 국내 100여 개의 출판사가 참여한 알뜰 북마켓, 한국소설 1575전, 아시아 100대 스토리전 등 방문객들이 책과 쉽게 친해질 다양한 전시와 재미있는 체험 행사까지 총 300여 개의 부스가 운영돼 방문객 모두가 오감을 만족하게 하는 마법같이 풍성한 책 세상을 만났다.
■ ‘전국 책읽는 도시협의회’ 발족
이번 ‘대한민국 독서대전’ 개최에서 또 하나의 큰 의미는 전국에 ‘책 읽는 도시’를 표방한 지자체가 50여 곳에 이르지만, 정책적 공조나 협력이 없어 독서문화 확산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데 착안해 ‘전국 책읽는도시협의회’를 발족했다는 점이다.
군포를 포함해 서울 관악구, 경기 파주시, 인천 부평구, 강원 원주시, 전남 순천시, 경남 함안군 등 8개 광역시ㆍ도의 총 18개 지방자치단체가 ‘전국 책읽는도시협의회’에 참여했다.
‘책 읽는 도시, 책 읽는 대한민국, 책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대의를 좇아 발족한 ‘전국 책읽는도시협의회’는 앞으로 연 2회 정례 회의를 열고, 범국민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협력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참여 지자체가 주관하는 독서 행사를 상호 지원하고, 지속해서 독서정책을 공유함으로써 협력체계를 유지ㆍ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독서대전 이후 전국 규모의 범 인문독서 네트워크 구축ㆍ강화가 더욱 빠르고 효과적으로 이뤄져 정부의 책 읽기 문화 확산운동이 탄력을 받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 군포시 ‘독서경영 우수 직장’ 영예… 시상금 전액 기부
군포시는 최초로 지난 9월 대한민국이 인정한 독서경영 우수 기관, 책 읽기 문화를 선도하는 지자체로 선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국가브랜드진흥원이 주관한 ‘제1회 대한민국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제’ 공모에서 독서경영 전담조직을 운영하며 체계적인 계획에 따라 전 직원 책 읽기 및 지역사회 독서문화 확산 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배움과 문화가 있어 조직원들이 창의력을 키우는 독서 친화적 일터, 책 읽는 기업ㆍ기관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문체부의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제는 올해 처음으로 시행됐으며 지자체로는 유일하게 군포시가 우수상을 받았다.
군포시 직원들은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을 받았으며, 부상으로 받은 시상금(문화상품권)을 인근 도시 의왕시 한 중학교의 전액 전달했다.
■ ‘독서의 도시’ 업그레이드… ‘책의 왕국’ 새롭게 도약
이번 축제 개최로 인해 군포시는 정부가 직접 지정ㆍ선포한 최초의 ‘대한민국 책의 도시’라는 상징성을 차지했다.
군포는 이제까지 국내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공립 ‘책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경기 제3 도립공원인 수리산을 비롯해 수려한 자연환경이 매력적인 대야동 일원을 ‘책 읽는 마을’로 만들어 작가라면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이상향을 군포에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책 박물관’과 ‘책 읽는 마을’을 수릿길(걷기 좋은 길)로 이어서 책 문화벨트로 조성하려 한다.
이러한 군포의 꿈이 이뤄진다면 29만 군포시민만이 아니라 1천230만여 경기도민, 5천만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2014 대한민국 독서대전 주관으로 더 큰 발전 동력을 얻은 ‘책 읽는 군포’. 군포시의 대단한 도전, 그 결과가 정말 기대된다.
군포=김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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