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국’으로 자리 잡은 중국의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7.3%에 머물렀다고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1분기(6.6%)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아시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이후 처음 중국이 연간 성장률 목표치(7.5%)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7%를 웃도는 중국의 성장률은 다른 나라들에겐 부러운 수치로 느껴지겠지만, 방대한 인구를 고려할 때 연간 일자리 1천만개를 만들려면 중국 입장에서는 최소 7.2% 성장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내년 전망은 더욱 어둡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성장둔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내년 GDP가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7.1% 성장에 그칠 것으로 관측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 역시 전력소비, 철도화물량, 신용확장 등 다른 성장지표들도 최근에 모두 부진한 양상이라며 이는 중국의 성장률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임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중국 정부에 내년 경제성장 목표를 7%선으로 설정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7%로 성장률이 떨어져도 고용시장에는 아무런 타격이 없는 데다가 무리하게 올해의 7.5% 목표를 내년까지 유지하려다 개혁을 그르칠 위험만 있다는 논지다.
세계은행은 최근 ‘중국경제 수정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경제개혁과 성장 사이의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중국 정부에 성장보다는 개혁을 택하라는 강력한 뜻을 전했다고 한다. 세계은행은 내년에도 이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국내수요 증진이라는 거시경제적 목표가 견지될 것인데 이에 치중하다보면 개혁이 훼손될 것이므로 중국 정부가 목표치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개혁에 전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경기부양과 규제완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시중은행에 5천억 위안(약 86조원)을 공급한 데 이어 지난주 2천억 위안(34조원) 추가 공급과 부동산 대출 규제완화도 발표했다. 중국의 부동산은 건축 등 연관산업을 포함하면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편으로 알려졌다. 올 1~9월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0.9% 줄었다. 내수와 산업생산도 부진하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각종 부양책에 힘입어 4분기에 7.5% 성장률을 회복하리라고 보지만 장기 전망은 그렇지 않은게 사실이다. 미국 민간 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는 중국 당국의 과도한 개입과 생산성 저하의 여파로 중국 경제성장률이 2020년부터 연평균 3%대로 급락해 2025년까지 연평균 3.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최대 국책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은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7.3%로 하향 조정했고, 2016~2020년 잠재성장률도 인구구조 변화와 노동생산성 하락, 설비 과잉에 따른 투자 둔화 등의 원인을 들어 5.7~6.6%로 종전보다 대폭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30년간의 숨가쁜 초고속 성장을 경험한 중국에겐 환경파괴와 정부 및 은행의 빚더미가 남았다. 중국은 이에 부채와 공해를 줄이고 느리지만 더 질이 높은 성장을 구가하는 경제로 변화할 것이라는 뜻을 나타내왔다. 만약 이같은 산업 구조 전환과 개혁을 목표로 삼는다면 중국경제는 수출증가, 용이한 대출, 집약적 투자를 포기하고 장기는 아니라도 단기간의 저성장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수출의 4분의 1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이다. 성장세 둔화와 별도로 중국 경제의 체질이 수출·제조업·가공무역 위주에서 내수·고부가가치·서비스업 위주로 급속히 바뀌면서 그 여파가 한국에 미치고 있다. 대중 수출 증가율은 지난 5~8월 연속 마이너스였다. 위기감을 갖고 수출 전략을 대폭 수정하는 등 중국경제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서승범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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