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없는 전학행정에 학폭 피해학생 ‘두 번 운다’

전학 갈 학교에 가해자 있는 것 알면서도 사전 협의없이 강행
입학추천관리위는 “학생이 원해서”… 학교들도 서로 책임 타령

학부모 “적응 힘들면 또다른 곳으로 전학가라니…” 분통

분당의 한 여고생이 또래 학생 20여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뒤 전학을 간 학교에서조차 전학취소 통보(본보 3일자 1면)를 받은 가운데, 입학추천관리위원회가 피해학생이 전학갈 학교에 가해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학교와의 사전 협의 없이 전학을 강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교육당국의 사전협의 및 소통부재 등 무책임한 행정이 학교폭력 피해 여고생의 상처를 더욱 심화시켰다는 지적이다.

3일 성남학군 입학추천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분당 A고교 교장은 지난 5월말 집단폭행을 당한 1학년생 B양의 전학을 위원회에 추천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11월초 심의를 열고, 학교장의견서와 학교폭력 사안보고서, 학부모 의견서 등을 첨부 받아 B양의 C고교로의 전학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위원회는 B양이 전학갈 C고에 가해학생 중 1명이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C고에 알리지 않은 채 전학을 강행했다.

C고는 B양이 전학을 오고나서야 가해학생이 학교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또다른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전학취소를 통보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가해학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B양이 원해 전학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를 알려야할 법적 근거는 없지만 해당 사실을 미리 알리지 못했던 부분은 미흡했다”고 뒤늦게 행정미숙을 시인했다.

A고와 C고 역시 의견이 엇갈리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A고 측은 “B양의 전학을 위원회에 추천하며 C고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C고 측은 B양이 학교폭력 피해학생이라는 사실만 들었을 뿐 가해학생이 학교에 있다는 사실은 전달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C고 관계자는 “위원회나 A고가 알려줬다면 애초에 B양의 전학 통보를 받지 않았을 것이고, 뒤늦게 학생을 되돌려 보낼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 같은 위원회와 학교간 소통 부재로 인해 B양은 4일부터 또다시 A고로 돌아가야 할 상황에 놓였다.

B양 부모는 “학교와 교육청은 A고로 돌아가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등교하지 않으면 출석 인정을 할 수 없다고 떠밀고 있다”며 “더군다나 A고에 적응하기 힘들면 또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라는 것을 대안이라고 내놓아 기가 찰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위원회가 서류만으로 심의를 하다 보니 B양이 원한다는 사실만으로 학교 폭력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전학을 배정한 것은 사실”이라며 “추후 학교폭력 가해학생이나 피해학생이 전학시 학교 간 의사소통과 신중한 고려를 통해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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