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되리니…

올해 우리는 정말 많은 일을 겪었다. 감정을 추스를 만하면 연이어 터졌던 다양한 재난과 사건·사고는 우리의 자존심과 공동체 안전망에 대한 신뢰를 뒤흔들어 놓았다.

이러한 사건사고의 이면에는 관피아, 철피아, 해피아, 군피아 등으로 불리는 공직사회의 얽히고 설킨 공생관계가 영향을 끼쳐온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금도 여전히 반복되는 일부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나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힌 경솔한 처신은 우리의 앞날을 암울하게 한다.

우리나라가 근대화에 성공한 신흥 산업국가에서 명실상부하게 정치, 경제, 문화를 선도하는 선진국가로 진입하고자 한다면 다른 어떤 때보다 사회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사회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서는 공직자들의 엄격한 청렴의식과 사회 전반의 과감한 부패 척결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 반부패운동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는 매년 각 나라의 공직사회와 정치권 등 공공부문에 부패가 얼마나 존재하는지에 대한 인식 정도를 평가하여 발표한다.

2014년 각국의 공공부문 청렴도를 평가하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덴마크가 92점, 뉴질랜드가 91점으로 세계에서 청렴한 국가 1, 2위에 올랐으며, 같은 아시아권에서는 싱가포르가 84점으로 7위, 일본이 76점으로 15위였으며, 작년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었던 대만이 61점으로 35위를 차지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에 55점인데 이는 175개국 가운데 43위로 6년 연속 정체 또는 하락해왔다. 이 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국제 투명성 기구가 제시하는 부패인식지수에서 70점대는 ‘사회가 전반적으로 투명한 상태’, 50점대는 ‘절대부패에서 벗어난 정도’로 해석되니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부문이 투명한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요원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UN이 지정한 “세계 반부패의 날(12월 9일)”을 전후하여 전국 640개 공공기관의 종합 청렴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인천광역시는 전체 1∼5등급 가운데 4등급을 받아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15위, 인천광역시 교육청 역시 지난해에 이어 4등급을 받아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14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하여 우리 인천의 상당수 공공기관 청렴도가 전체적으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의 청렴도는 곧 사회의 투명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의미 있는 지표가 되며, 국가와 지자체 발전과 번영의 중요한 토대가 된다.

만에 하나 국가와 지자체의 공직자들이나 관련 공직사회가 구태의연하게 관행에 충실하고, 학연, 혈연, 지연 등에 얽혀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하는 비상식적 업무처리 방식을 근절하지 못한다면 우리 지역의 미래, 우리 국가의 국제 경쟁력 강화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공직사회의 단호한 부패척결 의지와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지도층의 각성이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다.

우리 사회의 공직자들이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기 전에 좀 더 신중한 자세로 처신하고, 부정과 부패의 원인을 시작부터 과감하게 싹을 잘라버리는 문화가 을미(乙未)년 새해에는 더 이상 낯선 풍경이 되지 않기를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기대해본다.

고대혁 경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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