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을 전면적으로 개방한지 20년을 앞두고 있다. 1996년 유통시장 완전 개방 이전에 재래시장은 백화점과 함께 국내 소매유통산업을 견인하는 쌍두마차였다. 과거 재래시장은 식품과 비식품을 아우르는 다양한 제품 구색과 저렴한 판매 가격으로 서민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유통시장 개방 이후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다국적 유통업체들이 속속 국내에 진출하였으며, 이에 자극받은 국내 대기업 자본들도 유통산업에 진출을 가속화하였다. 오늘날 국내 소매시장은 경쟁상대의 범위가 업태 내에서 업태 간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통시장개방에 따른 긍정적 효과로는 소비자측면에서 새로운 업태와 업체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확대되었고 경쟁촉진에 따른 가격인하와 서비스 수준이 향상되었다. 산업측면에서 선진유통기법의 도입과 대규모 자본투자로 유통효율성이 증대되고 산업화가 촉진되었다.
유통시장개방은 부정적 영향도 적지 않다. 특히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의 경영 악화가 심각하다. 정부는 재래시장을 보호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를 정비하고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유통산업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유통산업발전법을 제정하고 대형할인점의 영업일, 영업시간을 규제하고 있다.
한편, 소비자의 생활패턴 변화는 쇼핑행태 변화로 이어지고, 유통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 하에서 재래시장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나아가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모색이 절실한 시점이다. 필자는 재래시장의 발전 전략을 2트랙으로 제안한다.
경영학 이론에 직무에 대한 동기부여를 강화하기 위한 ‘2요인이론’이 있다. 이 이론은 불만족의 해소문제와 만족의 증대문제는 별개의 차원이고 각 차원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별개라는 이론이다. 동기부여와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직접적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누군가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속적인 흥미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서로 통하는 면이 있다.
소비자들이 재래시장 이용을 꺼리는 불만족 문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해소하자. 소비자들은 대형할인점, SSM 등 접근성과 편리성이 뛰어난 쇼핑환경에 친숙하다. 정부는 낙후된 기반시설을 개선하여 쇼핑환경에 대한 불만족요인을 해소하고, 제도나 규제를 통해 제품 과 상인의 신뢰를 구축하자.
더불어 재래시장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만족요인을 개발하자. 상인, 상회연합회를 중심으로 고객을 감동시키는 서비스 마인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는 차별화된 상품,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동체 문화 형성 등 지역상권 소비자를 유인하는 실효성 있는 마케팅 전략을 모색하자. 필요하다면 정부나 전문가 집단에 지원을 요청하고 전문가적 지식과 역량을 확보하자.
국내 유통산업은 시장개방으로 인해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빛은 더욱 환하게 빛날 수 있도록 촉진하고, 그늘지고 냉랭한 곳은 햇살이 비추고 온기가 퍼지도록 하자. 실효성 없는 제도나 지원은 얼만 남지 않은 촛불과 같다. 꺼지지 않는 빛을 만들자. 그러기 위해서 정부, 상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우리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문득 어느 노교수님의 서화집에서 본 글귀가 떠오른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다”. 우린 함께 비를 맞을 준비가 됐는가?
조휘형 김포대학교 e비즈니스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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