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1주년이 돌아온다. 우리 사회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온 국민을 비탄에 빠져들게 만들었지만 우리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려 하고 있다. 망각의 힘은 위대하지만 그렇다고 망각에 떠 맡긴 채 흘러만 가기를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진도에 있는 맹골 수도는 남해의 물이 서해로 빠지는 길목으로 밀물과 썰물이 섬과 섬 사이를 드나들며 병목현상을 일으켜 물살이 빨라지는 대목이다. 울돌목은 정유 재란시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12척의 조선 함대가 왜적함대를 대파하고 승리로 이끈 대첩지로 유명하다.
한편 청해진은 신라 흥덕왕 때 장보고(張保皐)가 설치했던 해상 진지와 동남아시아 무역의 주요 거점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이름을 딴 해운사의 소속 세월호가 작년 4월 16일 이곳에서 침몰했다.
1년이 가까운 지금. 들려오는 말로는 마지막 9인의 실종자 수색을 일시 중단하고 인양을 검토한다고 한다. 인양에는 1~2천억 원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인양 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는 뚜렷한 복안도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침몰된 세월호를 인양하지 말고 그 자체를 해저 묘원으로 조성하고 그 위로는 파도를 흡수하는 흡파부동[浮動 floating]시설과 추모 등대를 세워 해상 안전의 표지로 삼는 한편 수장[水葬] 문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맹골 수도의 교훈은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이다. 사고 자체는 불행이지만 비탄과 책망보다는 불행을 딛고 일어서는 강인한 정신을 보여줘야 한다. 해저 산업이나 해저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심 해저 자원 탐사 로봇을 발전시키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유구를 탐사함은 물론, 다른 유골의 추가 안치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울릉도에서 심해저 가스전을 발견한 실력도 갖추고 있으며 태평양과 남극해저에 우리말 해저 이름을 43개나 등재한 저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화장률이 80%에 육박하고 있지만 수장(水葬)은 조금은 낯설고 생소하다. 옛날 중국에서 묘지가 없는 사람들은 화장을 하지 않고 강에다 관을 빠뜨려 장사를 지냈다고 한다. 현재도 각국의 해군에서는 수장을 선호한다.
우리는 심청이 이야기에서 해저 용궁이나 용왕의 존재를 믿고 있으며 문무왕의 수중릉의 호국 설화가 존재한다. 정한수를 떠놓고 손을 비비는 유습은 그 자체가 해저의 축소모델일 만큼 수장 문화와 해저 문화의 유구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1912년 대서양에서 타이타닉의 침몰 소식을 듣고 생존자의 명단을 최초로 보고한 사람은 21살의 데이비드 사노프(1891~1971) 무선기사였다. 이를 계기로 그는 라디오 방송사업에 착안해 RCA를 설립하고 후일 거대 라디오 TV 산업의 제왕이 된다.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는 미국의 저력을 느끼는 대목이다. 피해자 대부분이 경기도민인데도 정부에 수습을 맡기고 수수방관했던 경기도에 해저 장묘 문화를 개척하고 해상 관광산업이나 해저 산업을 일으키는 계기로 삼을 것을 권해 본다.
유족 중 어떤 분이 희생 보다 잊혀지는 것이 더 슬프다 했다 한다. 세월호 사례를 영원히 기억하는 일은 현장의 보존이다. 심심한 위로의 말과 함께 심층적 검토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진용옥 경희대 명예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