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도대체 시세기준을 어디다 두는 겁니까?

봄맞이 첫 입찰이 진행됐던 지난 3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입찰법정. 따뜻한 봄이 와서인지, 아니면 부동산시장이 이제는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했는지 그간 썰렁했던 풍경과 달리 입찰 참여자들로 북새통을 이루면서 입찰열기가 후끈했다.

우량 물건이 제법 있기도 했거니와 중앙지법 관할이 서초구와 강남구 등 소위 강남권의 핵심 2개구를 포함하다보니 이곳 입찰법정에 등장하는 경매물건은 언제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날도 역시 강남구 소재 아파트들이 인기를 싹쓸이 했는데 그 중에서도 눈에 들어온 아파트는 대치동 대치삼성 59.88㎡과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 73.02㎡. 대치삼성은 6억6천만원에 1회 유찰된 5억2천500만원, 개포주공은 감정가 7억8천만원에 역시 1회 유찰된 6억2천400만원에 경매에 부쳐진 물건이다.

결과적으로 대치삼성은 이날 최고의 경쟁률(26명 입찰)을 기록하면서 감정가를 훨씬 웃도는 6억9천588만원(낙찰가율 105.44%)에 낙찰이 됐고, 개포주공 역시 17명이 경쟁입찰해 감정가를 넘는 8억349만원에 낙찰됐다.

대치삼성은 학원 중심가 인근 소재 아파트로 전세나 보증부월세 수요가 풍부하고 개포주공6단지는 1983년에 입주한 아파트로 향후 재건축 호재가 있는 만큼 낙찰가율이 올라간 게 이상할 것은 없다. 다만 향후 자산가치 상승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차치하더라도 당장의 시세(실거래가)를 한번 살펴보면 다소 경매과열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치삼성의 실거래가는 남향에 로얄층 기준 최대치가 7억원 정도이고, 개포주공은 8억3천만원까지 호가하고 있으나 거래 수준은 8억2천만원 정도이다. 대치삼성의 경우 층이나 향이 당해 경매물건보다 좋지 않은 곳은 6억8천~6억9천만원에도 매물이 나와 있다.

대치삼성은 시세보다 높거나 최대시세에 근접한 가격에 낙찰이 됐고, 개포주공 역시 시세에 근접하게 낙찰된 셈이다.

일반매매의 경우 취득 시 취득관련비용(취득세, 등기비용 등), 중개수수료만 소요되지만, 경매취득의 경우는 이들 비용 외에 명도(협의)비용, 체납관리비 등을 부담해야 하고 경매취득을 컨설팅 의뢰한 경우 중개수수료보다 2배 이상의 컨설팅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낙찰가가 시세보다 낮다고 하더라도 실제 취득 총 비용은 시세를 훨씬 뛰어넘을 수가 있다는 얘기다. 위 두 사례가 바로 그런 꼴이다.

향후 이들 물건이 어느 정도의 가격상승을 이룰 지는 미지수지만 대치삼성은 제반비용 포함하여 최대한 7억2천500만원, 개포주공은 8억3천500만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금액이면 일반매매를 통해 취득할 때의 비용과 거의 비슷하다. 대치삼성은 오히려 일반매매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도 있다.

부동산시장이 꿈틀거리면서 경매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물건이 우량해 입찰자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물건일수록 더욱 그렇다. 요즘이 딱 그런 때이니 주의를 요한다. 자산가치에 대한 정확한 조사나 평가도 필요하거니와 경매는 취득 시 제반비용이 일반매물보다 더 많이 소요된다는 점도 입찰가 산정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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