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금리인하와 가계부채

가계부채 이야기가 주변에 가득하다. 신문을 펴 봐도, TV 뉴스를 보아도, 가족이 모인 우리네 거실에도 가계부채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운전하는 출근길, 라디오에서 전화연결된 한 청취자의 목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전세집 구하기가 힘들어서 대출 받아 집을 샀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빚 갚느라 돈도 아껴 쓰고 좋은 것 같습니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연 2.0%에서 1.75%로 인하됨에 따라 사상 처음 기준금리 1%대 시대가 온 것이다. 정부의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이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수준의 경제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았고, 국제유가 하락 등의 원인으로 저물가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통화정책 톱니바퀴’와 정부의 ‘경기부양책 톱니바퀴’가 잘 맞아서 우리의 ‘경제 시계’가 잘 돌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여전히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시계의 유리를 흐리게 만들고 있다. 금리가 하락하면 나타날 긍정적인 효과들도 있지만, 부정적인 효과들도 있다. 대표적인 부정적 효과가 가계부채로 보인다. 먼저,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보다는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로 전환될 수 있다. 대표적인 실물자산인 부동산 시장으로 투자자들이 몰릴 수 있고, 따라서 부동산 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둘째, 임대점유 가구들이 빚을 지고 내 집 마련에 나설 수 있다. 임대사업자는 전세 임대를 통한 수익성이 떨어지고, 전세 임대를 월세로 전환하고자 하기 때문에 전세품귀 현상이 더욱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 여력이 없는 가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로 전환하겠지만, 여력이 있는 가구는 빚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역시 가계부채가 증가한다. 셋째, 생계비 마련을 위해 부채에 의존하는 저소득층의 경우에도 더욱더 부채에 의존하게 된다. 사과 값이 싸면 사과를 더 많이 사듯, 금리가 낮으면 대출상품을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다.

가계부채는 우리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일반적으로 부채는 미래의 소득을 이용해 현재 소비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소비형 부채일 때로 한정된다. 우리나라의 부채는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창업을 하면서 발생되는 투자형 부채이다. 투자형 부채가 증가하면 오히려 가계의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게 된다. 부채에 의존해 내 집 마련에 성공한 가계는 심리적으로 더욱 허리띠를 졸라 매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매월 갚아야 하는 원리금상환액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계의 소득 중에서 소비에 이용될 수 있는 소득의 비중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소비심리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소비가 위축될 수 있는 것이다.

금리인하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극대화하되 부정적 효과는 최소화해야 한다. 즉, 가계부채에 관한 우려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계부채 축소를 위한 계층별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첫째, 과도한 부채에 의존한 투기적 부동산 투자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만기일시상환 방식보다는 분할상환 방식 대출상품을 확대해 상환능력이 충분한 투자자들이 부채에 의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저리의 대출에 의존한 준비 없는 창업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자영업 창업대출의 문이 너무도 활짝 열려 있어, 충분한 준비가 없는 창업자들이 폐업으로 안내되고 있다. 준비된 창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유망산업에 대한 이해나 경영노하우 함양 등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생계비 마련을 위해 부채에 의존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소득증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근로능력이 있는 무직자를 중심으로 공공근로사업을 확대하고, 근로능력이 없는 경우 이전소득이 확대되어 소득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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