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유학중이던 필자는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붕괴하는 장면을 911 테러사건 다음날 아침 뉴스를 통해 맞이했다.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 현실에서 발생하였고, 그 참사 장면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후 미국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테러 관련 대책마련을 위한 연구가 수 년동안 진행되었고, 이를 계기로 필자도 십년이 넘게 테러에 의한 건물의 붕괴 방지 및 안전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테러 폭발 등의 인위적 재해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은 그 피해의 심각성에 있다. 특히,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에서 테러단체나 개인에 의한 자발적 폭탄테러는 수많은 인명 및 재산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 발생 확률을 떠나서 사회혼란방지, 인명피해방지와 방재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건물 피해에 대해 공학적 관점에서 보면, 테러폭발에 의해 건물 기둥 한 두 개가 손상될 경우 인접 구조재로 파괴가 전파되어 순식간에 건물 전체의 붕괴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인명 피해는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미 국무부가 발표한 2000년대 시설유형별 테러피해에 대한 통계에 따르면, 상업시설의 테러 피해가 월등히 크게 나타났다. 이처럼 테러가 호텔, 역, 쇼핑몰 등의 민간 다중이용시설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유동인구가 많아 인명살상으로 인한 관심집중이라는 테러의 목적달성에 효과적이고, 상대적으로 보안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이에 다중이용시설을 겨냥한 테러행위에 대한 대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010년 12월에 미국 국토안보부(DHS)에서는 호텔과 쇼핑몰 등 ‘soft target’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국가 시설물, 정부산하 건물, 민간 주요건물 등에 보안을 강화하고 잠재적인 테러폭발에 대한 위험에 대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국방시설 및 정부산하 건물의 신축 혹은 보강 시, 테러폭발에 의한 건물붕괴에 대비하는 구조설계가 필수이며, 주요 민간 건물에도 권장하는 추세이다. 국내에서도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에서 3층 이상의 건물은 테러에 의한 건물붕괴방지를 구조설계에 반영하고 있다.
테러에 의한 건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 첫째는 테러폭발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여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지진,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와 달리 테러 등의 인재는 사전 대비 및 방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안전의식과 함께 테러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탄테러가 발생한 경우 건물 붕괴로 인한 대량 인명피해를 방지하는 것이다. 이는 필자와 같은 공학자와 엔지니어, 관련 부처가 해야 할 방안이다.
미국을 오갔던 사람들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수 년동안 공항에서의 엄격한 보안검색을 기억할 것이다. 미국은 테러 예방을 위하여 범정부차원의 컨트롤 타워인 국가대테러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연방재난관리청국방부조달청 등에서 다양한 테러대응 및 건물붕괴방지 지침들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법률이나 규정이 없어 테러 예방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테러자금수사와 관련된 특정금융거래정보법(FIU) 개정, 테러방지법 등의 법률, 규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테러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건물관련 지침을 통해 건물붕괴라는 최악의 사태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영화에서나 일어날 것 같은 일이 작년 국내에서 발생했다. 경주 마우나 체육관 붕괴와 세월호 침몰이다. 두 사건 모두 인재로서 사전에 방지할 수도 있었던 참사라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두 각 자의 위치에서 대비 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경구 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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