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정의 수입은 정해져 있고 지출은 들쑥날쑥 고정돼 있지 않다. 대부분 가계에서는 집안 살림을 꾸려 나가기 위해 수입을 놓고 필요할 때마다 지출을 한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수입의 범위를 넘어서 씀씀이가 커지면 가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으며 저성장,저금리 등 좋지 않은 경제상황까지 더해져 가계부채가 1천조가 넘어서는 시대를 맞이했다. 국가 또한 수입의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쓴다면 그 재정은 곧 바닥을 보일 것이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지출의 규모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수입의 확보는 고려치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장기간 계속되는 세계 경기침체에 따라 제2의 IMF경제위기가 올지 모른다는 불안에 정부 지출을 정하는 데 앞서 수입(조세)을 고려해 건전재정에 힘써야 된다는 의견이 다수다.
정부가 나라살림을 가계부 쓰듯 수입 내에서 지출을 결정하겠다는 ‘양입제출(量入制出)’원칙으로 하겠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지방정부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최근 들어 일부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에서는 고강도 재정건전화를 추진하고 있고 정부에 추가적인 재정조치의 필요성을 건의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구 120만이 넘는 우리 시는 타 지자체에 비해 재정상황은 양호한 편이나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와 국도비 보조사업 차등보조율 적용으로 인해 재정운영 자율성이 침해받고 있고 지방비 매칭에 따른 시비부담이 계속 늘어나는 실정이다.
또 정부의 감세정책에 따라 재정수입이 줄고 특별조정교부금 폐지로 인해 재정 규모가 감소됐으며 지방세 증가율 둔화 및 세외수입 감세 추세 등을 이유로 가용재원이 줄고 있어 현재의 재정여건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지난 6일 수원시에서는 이러한 불확실한 재정여건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민선6기 혁신과제인 ‘공공재정 건실화’의 성공적 추진과 건전한 지방재정을 도모하고자 ‘수원시 건전재정추진단’출범식을 갖고 활동에 들어갔다.
추진단은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감소에 대비한 세입확충 △건전재정 확립을 위한 세출구조조정 △재정혁신에 필요한 법령 제도 개선 등 의 과제를 발굴·추진해 수원형 FTMS(재정현안점검체계) 구축은 물론, 대대적인 예산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지방재정 관련 각종 이슈들에 대해 집중토론을 해 재정 변화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지자체의 성공과 정책의 출발은 ‘재정’이라 할 수 있다. 즉 지방행정에 있어 무엇보다 ‘재정 건전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로 일을 추진해 나가다 보면 많은 난관에 부딪힐 것이며 단지 내부의 힘만으로는 건전재정을 강화하기에 부족할 수 있다. 결국 시민의 지혜와 모든 공직자의 관심과 도움이 없이는 건전재정은 그저 슬로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 했다. 할 수 있을 때. 해야 할 때. 바로 지금. 120만 시민과 공직자 모두의 준비된 노력이 있다면 우리 시에 ‘재정위기’란 결코 없을 것이다.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은 수원시 건전재정추진단이 지속가능한 건전 재정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택용 수원시 예산재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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