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는 방역망… ‘메르스 자가격리’ 중 진료하고 골프치고

답답한 대한민국

▲ “메르스 막아라” 교실 방역작업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학교, 관공서, 회사 등이 예방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일 휴업에 들어간 경기도 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 측의 의뢰로 출동한 방역관계자들이 전 교실을 돌며 긴급 방역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김시범기자

메르스 발병 2주 넘도록 대책없이 우왕좌왕

학교 휴업 놓고도 교육부·복지부 서로 딴소리

청와대, 뒤늦게 TF 추진… 국민 불안감 가중

메르스가 국내에 발병한 지 보름이 지났음에도 정부당국이 대처는커녕 ‘우왕좌왕’ 혼란만 가중시키면서 국민들은 불안감을 넘어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까지 표출하고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3일 학교장이 교육청 및 보건당국과 긴밀히 협의, 적극적인 예방차원에서 휴업을 결정토록 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같은날 오후 교육부의 이 같은 방침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일선에서 일부러 학교를 휴업하는 일은 의학적으로 맞지 않고 옳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엇갈린 발표를 하면서 일선 학교 현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도내 한 학교장은 “휴업을 결정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통씩 쇄도하고 있는데 어느 쪽의 말을 들어야 하는 건지 난감하다”며 “일선 학교는 불안에 떨고 있는데 정부는 팔짱만 낀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3차 감염자 발생 이후 관리체계를 강화한다던 정부당국의 방역망은 여전히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첫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도내 한 종합병원의 의료진 50여명을 자가 격리했다고 밝혔으나 격리는 커녕 환자까지 돌보고 있었다.

감염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면역력이 떨어진 일반 환자를 직접 진료하고 자유롭게 출·퇴근하며 격리 장소 외 지역을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 사망자가 감염이 확정되기 전 2~3일간 출근했던 도내 한 버스업체와 인근지역 역시 별도의 방역작업과 역학조사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감염환자와 밀접 접촉, 자가격리 중이던 50대 여성이 지난 2일 남편과 집을 나와 전북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사실도 알려졌다.

사망자 발생 이후 방역을 강화하겠다던 정부당국의 방역대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곳곳에서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두번째 사망자의 직장동료는 이날 경기도청 앞에서 열린 민노총 기자회견에서 “(사망자를)병문안하고 온 직원 대부분이 여전히 격리되지 않고 있으며 업체 전 직원에 대한 전수조사도 오늘에서야 시작되는 등 당국의 대처는 답답함 그 자체”라면서 “회사와 지자체는 직원들이 메르스를 옮기는 제2의 가해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격리 등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토로했다.

민노총 관계자도 “도내 대규모 사업장에서 확진환자가 발생했음에도 정부당국의 대처는 정보미공개와 언론통제 뿐”이라고 꼬집었다. 경기교총과 전교조 경기지부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재량휴업·휴교 결정 △명확한 지침 및 교육당국 차원의 통제 △실질적인 학생 감염예방 및 교사 보호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한편 정부는 뒤늦게 전문가를 참여시킨 메르스 종합대응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는 등 수습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메르스 확산 방지 및 방역 대응을 위해 종합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범정부 메르스 대책 지원본부’를 구성해 운영키로 했다.

안영국 송우일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